'테라 투자사기' 점프크립토, 美SEC와 1천800억원 과징금 합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테라·루나' 암호화폐가 안전하다고 투자자들을 오도한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아오던 점프 크립토 측이 약 1억2천300만 달러(1천800억 원)를 과징금 등으로 내는 조건으로 SEC와 합의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EC가 점프 크립토 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타이모샨(Tai Mo Shan·大帽山)에 이런 조치를 내리고 사건을 종결하는 데에 양측이 합의했다.
지난 20일 SEC가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타이모샨이 내야 할 돈 중 7천345만 달러는 부당이득금 환수, 1천292만 달러는 판결 전 이자, 3천673만 달러는 과징금 명목이다.
합의 발표 당시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사기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지나치게 많다며 "암호화폐 시장 참가자들은 적용되는 증권 관련 법규가 있다면 이를 준수해야 하며, 대중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점프 측 공보담당자는 "디지털 자산 업계에 대해 SEC가 전례 없이 '법집행에 의한 규제'라는 접근방식을 택한 점에는 깊은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이모샨은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자 2천만 달러(400억 원)를 들여 이를 매입해줌으로써 가격을 떠받쳐준 적이 있다.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씨와 그가 차린 암호화폐 기업 테라폼랩스는 당시 타이모샨이나 점프 크립토 측의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고 "테라가 자체적으로 가치를 회복하는 능력이 있다는 증거"라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점프 크립토 측은 루나를 팔아치워 약 10억 달러(1조5천억 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으며, 그 후인 2022년 5월 루나는 단 며칠 만에 가격이 99% 넘게 폭락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400억 달러(60조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WSJ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오르고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겐슬러는 내년 1월에 SEC 위원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트럼프 당선인은 '친(親) 가상화폐' 인사로 꼽히는 폴 앳킨스(66) 전 SEC 위원을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지명했다.
겐슬러가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SEC는 암호화폐 사기를 적극적으로 제재해왔다.
SEC는 권도형 씨와 테라폼랩스를 작년 2월에 고발했으며, 올해 4월 법원으로부터 이들의 증권사기 책임을 묻는 판결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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