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대신 포성, 여객기 추락…비극 얼룩진 지구촌 성탄절(종합)

입력 2024-12-25 17:59
캐럴 대신 포성, 여객기 추락…비극 얼룩진 지구촌 성탄절(종합)

카자흐서 아제르항공 여객기 추락에 수십명 사상…"새떼 충돌 추정"

성탄절 오전 전국에 공습경보 울려 퍼진 우크라…"대규모 드론·미사일 공격"

젤렌스키 "러, 일부러 성탄절 맞춰 공격"…가자에선 어린이 등 수십명 사상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성탄절인 25일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 포화와 사건 사고가 이어지며 '세계인의 축제일'이라는 별칭이 무색해진 하루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전쟁터에서는 성탄 전야부터 포성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며,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는 러시아로 향하던 여객기가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타스,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소속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등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사고 당시 여객기에 승객 67명과 승무원 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초 생존자는 10여명 안팎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카자흐스탄 당국은 생존자가 25명이라고 밝히는 등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생존자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사 측은 초기 조사에서 파악된 사고 원인은 새 떼와의 충돌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3년을 향해 가면서 3번째 전시 크리스마스를 맞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성탄 전야부터 당일 오전까지 러시아의 미사일, 드론이 계속 날아들며 캐럴 대신 공습경보가 울려 퍼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성탄절 전날인 24일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크리비리흐의 한 아파트에 탄도 미사일이 떨어져 1명이 죽고 15명이 다쳤다.

크리비리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와 별개로 같은 날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날려 보낸 공격 드론 60대 중 59대를 격추하거나 전파 방해로 고장 냈다고 밝혔다.



성탄절 당일에도 이른 오전부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전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과 지역 당국 보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동부와 중부, 남부, 서부 등 전국의 상공에서 미사일 비행이 확인됐다.

남동부의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이날 민간 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3명이 다쳤다고 이호르 테레호우 하르키우 시장이 밝혔다.

테레호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하르키우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도시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들리고 있고 지금도 도시로 탄도미사일들이 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제4의 도시 드니프로에서도 성탄절 오전부터 지역의 전력망을 노린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 이어졌다고 세르히 리삭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주지사가 밝혔다.

겨울철마다 포화가 집중되어 온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들은 이날도 집중 공격을 받았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의 에너지 시설들을 미사일 공격하고 있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도 반격에 나서면서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간밤에 날려 보낸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흑해 해상에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고했으나, 어디를 목표로 발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 우크라이나의 성탄절 풍경은 축제 분위기 대신 슬픔에 젖은 모습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탄절을 앞두고 한 연설에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모두가 집에 있지 못하고, 모두가 집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그리고 비극적으로 모든 이들이 우리와 함께 있지도 않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후 발표에서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미사일이 70발이 넘고 드론은 100대가 넘는다면서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스템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일부러 크리스마스에 맞춰 공격했다"면서 "이보다 무엇이 더 비인간적일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이날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중 50여발 이상을 격추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인권운동가 드미트로 루비네츠는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은 끝없는 러시아의 공격에 계속 고통받고 있다"고 적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년 넘게 전쟁 중인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등 수십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변이 이어졌다.

이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가자지구에서 공습으로 최소 21명이 숨지고 51명이 다쳤다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가자 보건당국은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드론이 피란민 천막을 공격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도 폭격이 떨어져 6명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에서도 성탄절 오전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영공에 진입하면서 중부 지역에서 한때 공습경보가 울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 지지를 내세워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

wisef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