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부담 사라진 바이든, 퇴임전 러 에너지산업 제재 검토
미국 에너지가격 급등 우려할 필요 줄자 더 강력한 제재 추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을 겨냥한 대규모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를 비(非)서방 국가에 운송하는 선박과 여태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러시아 원유 수출업자들을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필요한 금융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허가받은 은행들의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년 반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러시아를 압박했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강하게 옥죄는 것은 주저했다.
미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휘발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많이 완화했고, 미국 대선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에 제재가 미국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할 필요가 감소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이 달라졌다고 WP는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에너지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제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을 제재한다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지 않다.
그간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은 집중 제재를 피한 덕분에 러시아 경제의 다른 부문에 비해 영향을 덜 받았다.
러시아 정부 세수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가량을 원유와 가스 판매로 충당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작년 에너지 수출로 약 1천억달러(약 146조원)를 벌었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가 원유를 수출해 받을 수 있는 가격에 상한을 설정했지만,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 비(非)서방 국가에 수출해 상한을 우회하고 있다.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제재 검토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자국을 방어하고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정당한 조건으로 할 수 있는 "가능한 한 최상의 입지"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를 좋은 상태로 남기고 퇴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여전히 휘발유 가격 급등을 우려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