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와 달라"…당국·업권, 적기시정조치 파장 선긋기
'건전성 지표 하락' 원인…과거엔 불법 대출·모럴해저드 맞물려
안국·라온, 부실채권 정리·자본조달 부심…일각선 수신이탈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위원회는 24일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부과를 결정하면서도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2011~2012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적기시정조치는 '퇴출' 또는 '영업정지'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지만, 이번 부과 조치가 그런 고강도·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 안국·라온 연체율 두자릿수…"건전성 개선 시 종료 예정"
금융위는 이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경영개선권고' 부과를 결정했다.
이는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경영개선명령)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수위의 조치로,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한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권고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3월 말 기준 자산건전성 지표와 관련해 경영실태평가를 하고선 이들의 자산건전성 등급을 4등급(취약)으로 통보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안국·라온저축은행의 지난 9월 말 연체율은 각각 19.4%, 15.8%,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24.8%, 16.3%를 기록했다.
이는 업권 평균 연체율(8.7%)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11.2%)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번 경영개선권고로 저축은행 업권에 '충격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축은행 사태 때 여러 저축은행이 경영실태평가 결과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뒤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당한 전례가 있어서다.
저축은행 사태를 경험한 예금자들이 적기시정조치 부과 소식에 동요하거나 불안을 느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현재 저축은행업권의 손실흡수능력 및 자산건전성 수준, 위기 대응능력 등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시와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라며 파장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는 대주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대규모 불법·부실대출 등의 경영 상황이 부동산 경기 하락과 맞물린 결과라는 게 금융당국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업권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추가 자본조달 등도 어려워지면서 영업정지 및 계약이전 방식의 구조조정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연체자산 정리를 통한 신속한 건전성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측면이 있다.
금융위는 6개월간의 경영개선권고 이행 기간 중이라도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이 충분히 개선됐다고 인정될 경우 조치를 종료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번 경영개선권고에는 영업 관련 조치는 포함되지 않아 6개월간 정상적인 영업도 이뤄지게 된다.
◇ 안국 유상증자·라온 매각 등 추진…추가 조치 대상 나올까
안국·라온저축은행도 부실채권 정리와 자본조달 등 경영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이행·계획 중이다.
특히 안국저축은행은 지난 3분기부터 현재까지 약 50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26일에는 수십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온저축은행 역시 지난 2~3분기 약 2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털어냈으며, 매각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중앙회도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수신 잔고 동향을 점검하는 등 긴장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저축은행별로 5천만원까지 지급이 보장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예금을 중도에 해지하면서까지 이자 손실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저축은행업권에는 내년에도 PF 리스크 및 건전성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번 적기시정조치 이후에도 6월 말 기준, 9월 말 기준 경영실태평가에서 '취약' 등급을 받은 저축은행 수 곳을 추가로 금융위에 통보할 예정이다.
부실을 정리해야 하는 저축은행들이 내년에도 더 쌓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전처럼 자본 적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자산 건전성이 일시적으로 악화한 것이기 때문에 부실채권 정리 노력 등에 따라 지표가 좋아질 수 있다"며 "취약 등급을 받았다고 모두 적기시정조치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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