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에 재점화된 정년연장 논의…청년고용 축소 등 해결해야
정년 65세로 늘릴시 추가 비용으로 청년 90.2만명 고용 가능
기업들,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등 선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 연장 논의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에 높은 비용 부담을 지우고,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나 기업 모두 적극적인 추진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임금피크제 운용 확대, 전문가 위촉 등 다양한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날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천24만4천550명을 기록해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00%를 차지했다.
국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인구 절벽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법정 정년을 넘어서는 고령인구 증가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서 노동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정 정년을 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한번 촉발될 전망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달 초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할 것을 제안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상 법정 정년 연장 관련 제도개선 권고안'을 국무총리에 전달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일률적 정년 연장에는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 비용 부담과 청년층 채용 기회 감소에 따른 세대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인권위가 법정 정년 연장을 권고하며 "청년층의 고용기회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정년을 연장하려면 대기업을 포함해 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고령 근로자 임금 지원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최근 발표한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릴 시 추가 고용 비용은 30조2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청년층 근로자 90만2천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2022년 발표한 '고령자 고용 동향의 3가지 특징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인원이 2명 가까이 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기업들은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는 여러 대안을 채택하고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이 대표적으로, 이 방안은 사측은 숙련된 노동자를 신입사원 연봉으로 고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정년 이후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대안으로 여겨진다.
현대차와 기아가 기술직(생산직), 영업직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숙련 재고용', '베테랑' 제도가 이에 해당한다.
포스코도 지난해 정년 퇴직자의 70%를 최대 2년까지 재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도 임금피크제 개시 상향, 퇴직 전문가 재고용 등의 방안도 실시되고 있다.
KT는 지난 7월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개시 연령을 기존 만 57세에서 58세로 높이는 데 합의했고 나이와 관계없이 월 임금의 80%를 주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현장의 최고 커리어 단계인 '마스터' 직책을 도입해 해당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게 했고, 삼성전자는 전문성을 인정받은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LG전자도 연구 개발, 제조 등 특화된 일부 분야에 대해 정년 이후에도 별도로 자문 역할을 운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를 줄이고, 임금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정년 연장 도입에 앞서 직무 가치·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 등 기업들이 고령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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