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자'는 젊은 여성에 "머리 가려라" 시리아 반군 수장 뭇매
자유진영 "이슬람식 통치 우려"…강경파 "女와 사진촬영 자체가 부적절"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현 시리아 과도정부의 실권자로 평가받는 반군 지도자가 젊은 여성과 사진을 찍으면서 머리를 가려달라고 하는 듯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BBC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과도정부 실권자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아메드 알샤라(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지난 10일 수도 다마스쿠스의 메제 지역에서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받았다.
사진을 찍기 전 알샤라는 이 여성에게 머리를 가려달라는 듯한 손짓을 했고 여성은 자신의 점퍼에 붙어있던 모자를 뒤집어쓴 뒤 알샤라와 사진을 찍었다.
이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자 이슬람 강경 보수파와 자유 진영 양측에서 모두 비판이 나왔다.
자유주의자들은 알샤라가 여성에게 머리를 가리라고 요청한 것은 이후 그가 시리아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 등 이슬람적 통치를 강요할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프랑스24의 아랍어 채널은 이번 일에 대해 '시리아가 이슬람 통치로 가는가'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한 시리아 언론인은 더 나아가 "우리는 한 독재자를 다른 반동 독재자로 대체했다"라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도 '극단주의자'가 권력을 잡는 것을 경고하거나 "자유로운 여성에게 보수적인 옷차림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비판성 논평이 잇따랐다.
알샤라가 이끄는 HTS는 그간 여성에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등 온건한 정책을 펴 온 것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강경 보수파는 알샤라가 여성과의 사진 촬영에 동의한 것 자체를 비난했다.
이슬람 성직자 등 강경파들은 이 여성을 옷차림이나 화장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의미를 담은 멸칭인 '무타바리자'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이들은 친족이 아닌 남성과 여성이 친밀하게 교류하는 것은 종교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면서, 알샤라가 "헛된 대중의 관심을 추구하고 엄격한 종교적 가르침에 반해 방종한 모습을 보인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알샤라는 이번 논란에 대해 해당 여성에게 모자를 쓸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라면서도 "나는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이것은 내 자유다"라고 반박했다.
알샤라와 사진을 찍은 여성인 레아 케이랄라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알샤라가 머리를 가려달라고 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는 조심스럽고 자애로운 방식으로 요청했고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비춰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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