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아이폰 열어라" vs 애플 "정보 보호"…EU 규정 두고 충돌
상호 기술 접근성 두고 또 갈등…애플 "디지털시장법 악용 우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이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 준수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DMA는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던 빅테크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타사에도 개방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규정하고 있는데, 메타의 요구가 과도하다며 애플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8일 "기업들이 DMA를 악용해 민감한 사용자 정보에 접근하려 할 수 있다"며 EU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메타가 우리 기술 스택에 대한 15건의 접근 요청을 했다"며 "메타보다 더 많은 요청을 한 기업은 없다"며 메타를 직격했다.
애플에 따르면 메타는 아이폰의 블루투스 연결장치 기술, 이용자 모든 기기에 연결하는 기술, 무선 스트리밍 기술인 에어플레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아이폰 미러링 기술 등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다.
애플은 "만약 우리가 이런 모든 요청을 수락해야 한다면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이용자의 모든 메시지와 이메일을 읽고 전화를 보고 이용자의 앱을 추적하고 사진을 스캔하고 비밀번호를 기록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메타 측은 "애플이 실제 말하는 것은 그들은 단지 상호 운용성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애플은 반경쟁적 행위로 비난받을 때마다 현실적 근거가 없는 개인정보 보호를 핑계로 자신들을 변호한다"고 반박했다.
애플과 메타는 그동안 개인정보와 수수료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애플이 2021년 개인정보 보호 강화에 초점을 맞춰 아이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개인정보 수집이 제한되자, 메타는 반발했다.
이에 메타는 30%에 달하는 애플 앱 수수료 정책을 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가진 대담에서 "폐쇄형 플랫폼에 관해 얘기하면 화가 난다"며 "모바일 시대에는 애플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세대에는 오픈 생태계가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의 운영 체제가 다른 기술과 호환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애플에 제안했으며, 내년 3월까지 애플의 상호 운용성 준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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