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충성파 '고생 끝에 꽃보직'…음지서 요직으로 복귀
지역구 낙선으로 변방 밀려났던 정치인들 속속 발탁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충성을 지키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불똥을 맞았던 정치인들이 2기에서는 잇따라 요직에 기용되며 '고진감래'를 맛보고 있다고 미국 NBC 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했던 '풍찬노숙'의 시간이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선에서는 '꽃보직'으로 직행하는 보증수표가 됐다는 것이다.
NBC에 따르면 이처럼 '꽃보직'(plum job)을 꿰찬 사례로는 중국 주재 대사로 지명된 데이비드 퍼듀 전 연방 상원의원, 중소기업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켈리 레플러 전 상원의원이 꼽힌다.
각각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지냈던 이들은 나란히 트럼프의 2020년 대선 '선거 사기' 주장을 지지하다가 정작 자신이 출마했던 주지사 선거 등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해 변방으로 밀려났다.
보훈부 장관에 지명된 더그 콜린스 전 하원의원, 환경보호청장에 내정된 리 젤딘 전 하원의원도 비슷한 케이스다.
바하마 주재 대사로 지명된 허셜 워커, 미국의소리(VOA) 대표로 지명된 캐리 레이크, 공공의료보험서비스센터장에 발탁된 메멧 오즈 등도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다가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패배했던 인사들이다.
정식 직함 없이 음지에서 궂은 일을 도맡은 가신들에게 집권 후 '꽃보직'을 주는 구시대적 정치를 연상케 하는 이런 현상은,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인선의 핵심 기준으로 '충성심'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재임 시기 어깃장을 놓는 각료들 때문에 주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지 못했다는 판단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을 일찌감치 내각 인선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과거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척점에 서 있었더라도 '충성 검증'을 통과해 발탁되는 경우도 있다.
NBC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해 "2016년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이후 트럼프의 지지자로 거듭나 '마가' 운동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런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을 비판하고 있다.
에릭 스왈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충성파들에게 보상을 줌으로써 공화당을 향해 '의회에 있다면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왜 선거 패배자들로 내각을 채우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힐러리 스콜텐(미시간) 하원의원도 "(내각의) 자리들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충성심에 보답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역할에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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