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상 압박속 브뤼셀 온 젤렌스키 "유럽 공동입장 필요"(종합)
나토 관저서 사실상 '대책회의'…나토 수장은 평화협상에 "떠도는 소문" 경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종전 협상 압박 속 유럽 정상들에게 '강력한 공동의 입장'을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관저를 방문해 나토 및 EU 정상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그는 회동에 앞서 취재진에게 이날부터 이틀간 브뤼셀에 머무를 예정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오늘, 그리고 내일의 안전보장을 논의할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보호할지, 우리 국민과 군대를 더욱 강하게 하는 방법에 있어 유럽이 분열되지 않고 공동의 입장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EU 주요 회원국 정상들도 참석했다.
나토는 이날 회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경제 지원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종전을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한 달여 앞두고 '대책회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대학살"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협상 특사로 지명된 키스 켈로그(80)가 내년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켈로그 특사 지명자의 방문이 실질 협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전쟁을 둘러싼 사실관계 조사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전황이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나토 가입 초청 등과 같은 확실한 안전보장을 위한 '당근'을 얻지 못한 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뤼터 사무총장도 이날 회동에 앞서 열린 별도 기자회견에서 "지금 할 일은 우크라이나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것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평화협상이 어떻게 될지, 안전보장 등 모든 떠도는 소문에 대해서는 내 입장을 잘 알 것"이라며 "그런 모든 논의는 젤렌스키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 앉을 때 시작될 것이며 이는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끼리 평화협상이 어떻게 돼야 한다는 것을 논의하기 시작하면 러시아를 너무 유리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함구하고 현 상황에 집중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우회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그의 이런 설명에도 이날 회동에서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병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혹은 휴전 협상이 체결되면 미군이 아닌 유럽 군대를 평화유지군으로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공개적으로는 평화유지군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이날 회동이 비공개인 만큼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에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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