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대법원 '성소수자 처벌 강화' 법안 위헌심판 각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가나에서 성소수자(LGBTQ)의 처벌을 강화하는 '반(反)동성애' 법안에 대해 제기된 위헌 심판이 각하됐다고 현지 일간지 그래픽뉴스 온라인판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나 대법원의 재판관 7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이날 이 법안에 대해 신청된 2건의 위헌 심판을 만장일치로 각하했다. 각하는 본안에 대한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이 법안이 아직 법으로 제정되지 않아 위헌 소송이 시기상조라며 위헌성을 판단할 관할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기가 3주 정도 남은 나나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7일 안에 법안에 서명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법안을 국무회의에 자문해야 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가나 의회는 지난 2월 28일 성소수자의 활동을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반동성애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나에서는 이미 동성 간 성관계는 최고 3년의 징역형으로 처벌하지만 새 법안은 공개적인 애정 표현, 성소수자의 활동 홍보와 자금 지원 등에 대해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범위를 넓히고 형량도 강화했다.
그러자 가나 재무부는 아쿠포아도 대통령에게 이 법안으로 38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세계은행 자금과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구제금융 30억 달러(약 4조원)가 지원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세계은행은 지난해 8월 성소수자 처벌을 강화한 우간다에 대해 "세계은행 그룹의 가치와 근본적으로 모순된다"며 신규 대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아쿠포아도 대통령은 지난 3월 대법원에 제기된 이 법안에 대한 위헌 심판 소송을 이유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서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치솟는 물가와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최악의 경제 위기로 2022년 말 채무 상환 중단을 선언한 가나는 지난해 5월 IMF와 구제금융 합의 이후 경기 침체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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