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반도체 부활 시동' 키옥시아 상장…경쟁사 삼성·SK '촉각'
자금 조달해 AI용 낸드 투자 계획…"삼성·SK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강태우 기자 = 일본 낸드플래시 생산업체 키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가 상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위를 굳건히 지키는 낸드 경쟁 구도의 변화 가능성과 함께 침체한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끌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이날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 상장하면서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반도체 불황 지속에도 키옥시아는 내년 이후 인공지능(AI)용 낸드 수요 증가를 전망하고 상장을 결정했다.
키옥시아는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을 AI 서버용 낸드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비롯한 최첨단 메모리를 생산하는 시설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낸드 시장은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eSSD 등 AI용 제품 수요만 견조한 편이다. 키옥시아가 AI용 낸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 기준 올해 3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1위 삼성전자 35.2%, 2위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20.6%, 3위 키옥시아 15.1% 순이다.
점유율 숫자만 보면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기술력에서 차이가 큰 만큼 당장 경쟁 구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상장 첫날인 이날 종가 기준 키옥시아의 시가총액은 8천360억엔(약 8조1천억원)으로, 삼성전자(327조7천411억원)나 SK하이닉스(133조5천884억원) 대비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키옥시아가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있지만, 갑자기 낸드 메모리에서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갑자기 따라잡는 식의 일은 쉽게 나타나기 어렵다"며 "다만 상장 후 키옥시아가 발표할 전략이나 계획을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키옥시아의 상장이 일본 반도체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1980년대에 세계 시장을 석권한 일본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밀려 쇠락했으나, 최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민관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체를 신설하고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회의'를 가동하는 등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생산 기반 정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 지원을 받아 일본 8개 대기업의 출자로 2022년 설립된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을 개발해 칩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키옥시아도 라피더스에 투자자로 참여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키옥시아는 일본 입장에서는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는 회사인데 상장으로 인해 그런 리스크는 줄어들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일본 반도체 산업이 부활을 시도하면서 조금 자리 잡았다고 보게 되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상장 여부가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며 "상장을 통해 재정적 자립과 안정화가 되는 부분은 있지만, 갑자기 캐파(생산능력)나 매출이 늘어나는 등의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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