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2주 환율 36원 뛰어…탄핵안 가결에도 1,440원 선 위협

입력 2024-12-18 06:03
계엄 후 2주 환율 36원 뛰어…탄핵안 가결에도 1,440원 선 위협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됐지만…'리더십 공백' 우려에 억눌린 투자심리

미·일 통화정책 결정 앞둔 경계감도…"1,450원 웃돌 가능성 열어둬야"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2주일 만에 36원 뛰면서 1,44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정치 불안에 꺾인 투자 심리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17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9원 오른 1,438.9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가장 높았으며,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주간 거래 종가 1,402.9원)보다 36.0원 오른 수준이다.

17일 야간 거래 초반에는 1,439.8원까지 상승해 1,440원 턱 끝에 이르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 3일 오후까지 1,400원 선 부근에서 등락하다가,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간 거래에서 급등해 4일 오전 12시 20분에는 1,442.0원까지 기록했다.

이후 환율은 1,41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며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1,43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1,43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금 완화됐지만, 경제와 시장으로 전이된 충격의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며 "경제와 금융시장이 (계엄 사태)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기저에 깔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당장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우리나라가 '트럼프 관세' 위협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도 큰 상황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서 수석연구위원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적기를 놓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관한 불안이 남아있다"며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에 재진입하기보다, 자금을 뺀 뒤 시장 상황을 관망해보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지난 2주간 약 2조4천94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 미국, 일본 등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시장 경계심리가 고조된 것도 원/달러 환율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주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0.25%p 낮출 가능성을 98.2%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예상을 웃돈 물가 흐름을 고려해 향후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고, 물가도 더 내려가지 않고 있어서 시장에서는 내년이나 내후년 연말 목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이는 달러 강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데, 동결 전망에 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엔화 가치 하락은 같은 아시아 통화인 원화에도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엔/달러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은 지난 3일 148엔대까지 내렸으나, 17일 한국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는 154엔대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 개입 등 영향으로 아직 1,450원 선 아래에서 등락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상단을 1,450원 위까지 열어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정치 리스크가 경제·금융시장에 준 영향은 1,430∼1,440원 내외로 본다"면서도 "내년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통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일 경우 환율이 1,450원을 웃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 2022년 10월 25일의 1,444.20이 직전 기록이고 이를 넘어서면 비교 대상은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넘어간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환율 상승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외채를 갚지 못하는 게 외환위기인데, 현재 외환에 대해 우리나라는 채권국이고 외환 시장 작용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외환위기에 대한 걱정은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외환보유액에 대해서도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며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 시장 개입 여파로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김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이고,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외환시장 대응에 충분하다는 것이 세계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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