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설자리 잃는 전동킥보드…伊, 헬멧 미착용 단속
교통사고 급증하자 규제강화…공유 서비스 업체 폐업 위기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한때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전동킥보드가 안전상의 문제로 유럽 각국의 규제를 받으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 지난 14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헬멧 미착용 시 50유로(약 7만5천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지만 단속된 시민들은 대부분 몰랐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몇 년간 전동킥보드 사용이 급증했다.
주요 도시인 로마, 밀라노, 나폴리 등에서 교통 체증과 주차 공간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전동킥보드는 좁은 도로와 붐비는 교통 속에서 이동을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도 함께 제기됐다. 전동킥보드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교통사고도 급증했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교통사고 건수는 3천365건으로 2022년 2천929건에 비해 증가했다. 사고 사망자도 2022년 16명에서 지난해에는 21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도로와 인도를 가리지 않는 부적절한 주행 방식, 전동킥보드가 거리 곳곳에 무질서하게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도시 미관을 훼손한다는 불만과 분노가 끊이질 않았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는 헬멧 착용 의무화 외에도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과태료를 최소 250유로(약 37만원)로 인상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 외에 번호판 부착, 보험 가입 의무화 조항은 제반 여건을 고려해 시행 시점이 뒤로 미뤄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라는 입장이지만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는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전동킥보드에 헬멧을 장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도대체 어디에 헬멧을 부착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전동킥보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 주민투표를 통해 유럽 최초로 전동킥보드 대여를 금지했다. 스페인 마드리드도 지난 9월부터 같은 조처를 했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극도로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만 전동킥보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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