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둔 유럽, 독일·프랑스 대신 이탈리아 부상
머스크와 가까운 멜로니 총리, 트럼프와 급속도로 친분 쌓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절친'으로 공인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몸값이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았던 유럽 각국에서 멜로니 총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CNN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탈리아가 유럽의 핵심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의 공식 만찬 때 멜로니 총리와 같은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너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멜로니 총리를 "대단히 정력적인 인물"로 평가한 뒤 "함께 이 세계의 문제점들을 고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축은 이탈리아를 통과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강경 우파 연정을 이끌고 지난 2022년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낙태 반대 등 보수적인 정책 목표를 추진하면서 이탈리아 유권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그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주장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과 다른 주장도 펼쳐왔다.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워진 과정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인(CEO)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의 공식 만찬 때도 멜로니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테이블엔 머스크가 합석했다.
'퍼스트 버디'(대통령의 절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머스크는 멜로니 총리와도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여 염문설이 제기될 정도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이탈리아를 방문해 멜로니 총리와 한 시간 넘게 회동했으며, 약 6개월 만인 작년 12월에도 멜로니 총리의 초청으로 그가 이끄는 이탈리아 우파 정당의 연례 정치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0월 오랜 동거인과 결별했다.
한편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과 멜로니 총리의 친분과는 별개로 EU에서 이탈리아의 영향력이 증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U의 기존 주도국으로 불리는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수개월째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가 이끈 연립 정부는 예산안을 둘러싼 대치 끝에 불신임안 가결로 출범 3개월 만에 붕괴했다.
독일은 지난달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연정'이 붕괴했다.
EU가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본격화할 관세·안보 압박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심 국가가 없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멜로니 총리와 이탈리아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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