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내수부진·가계빚에 계엄사태까지…다중악재에 짓눌린 韓경제

입력 2024-12-17 07:11
[2024 결산] 내수부진·가계빚에 계엄사태까지…다중악재에 짓눌린 韓경제

'스트레스DSR 2단계' 논란 속 가계부채 급증…한은 금리인하 시동

연말 계엄·탄핵정국 속 환율 1,400원대 뉴노멀…대규모 세수펑크, 재정역할 발목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준서 임수정 민선희 기자 = 2024년도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가계 부채에 시달렸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연말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17일로 계엄 사태가 꼭 2주일 지난 가운데 지난 주말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그나마 불확실성을 덜었지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실화한 '리더십 공백'은 향후 우리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실물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리스크까지 더해진 꼴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 탓에 재정의 경기 마중물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고금리에 따른 내수 부담을 덜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도 가계부채 우려 속에 4분기에야 시작됐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 주도 경기회복세에 시동이 걸렸지만,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부문은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배달앱 수수료 인상 등으로 오히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 '수출 외끌이' 성장 한계…내수부진 고착화

수출 주도의 '외끌이 성장'은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이례적으로 높은 1.3%(속보치)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 마이너스(-0.2%) 성장을 기록하고 3분기에도 제자리걸음(0.1%)에 그치면서 연간으로는 2%를 간신히 웃도는 성장세가 예상된다.

당초 2%대 중후반까지 점쳐졌던 성장률 전망치는 2%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2.2% 안팎의 성장률을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한 탓이다.

내수 경기와 직결된 건설업 침체가 이어졌고, 이는 일용직을 중심으로 고용 지표에도 부정적인 파급을 가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마저 3분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 전망은 어두워졌다.

11월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리스크도 부각됐다.

연말에 돌출한 정치 리스크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극대화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외환시장이 출렁거렸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뉴노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연말 특수를 앞두고 소비 심리부터 얼어붙는 모습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천6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4%는 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 재정은 '세수 펑크'에 발이 묶였다.

기획재정부 세수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천억원으로 세입예산(367조3천억)보다 29조6천억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 56조4천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결손이다.

내수에 '재정 카드'를 동원하기 어려운 정부로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만 바라보는 처지에 놓인 모습이다.



◇ "물가는 안정적, 경기부터 살린다"…두달 연속 금리인하

중앙정부의 기대에 화답하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4분기 이르러서야 시작됐다.

한은은 10월과 11월 연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다. 2021년 8월 이후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완화 쪽으로 돌아섰으며, 동결 없이 연달아 금리를 낮춘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내려가고 '물가 안정'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서 통화정책의 초점도 경기와 성장 불안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은은 경기 우려를 반영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추고, 2026년 성장률 전망치도 1.8%로 제시했다. 모두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수준이다.

연말 계엄사태 및 탄핵정국은 통화정책에도 추가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계엄 사태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 전망이 바뀌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새로운 정보가 없어 전망을 바꿀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지만, 정국 불안이 계속될 경우 금리인하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한은도 경기 회복에 무게를 둘 것"이라며 한은이 내년 2월과 4월, 7월 세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 다시 불붙은 가계부채와의 '전쟁'…오락가락 정책에 혼선도

가계부채 역시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영끌'(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벌였다.

지난 3월 1조7천억원 감소했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4월(5조원)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매달 수조 원씩 늘었다. 8월에는 무려 9조2천억원 늘어나며 2021년 7월(9조7천억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금융당국도 다양한 조치들을 쏟아냈지만, 오락가락한 행보로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두 달 연기한 게 대표적이다.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8월 가계부채 폭증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섣부른 발언도 실수요자들의 혼란을 키웠다.

은행권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리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권에 '더 강한 개입'을 시사했다. 이에 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주택구입용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8월을 정점으로 약해지는 추세지만, 금리인하 추세와 내년 3단계 스트레스DSR 시행을 앞두고 언제든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2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3조2천억원 급증하며 40개월에 최대폭을 기록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난 점도 금융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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