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소추] 美전문가들 "한미동맹은 굳건…트럼프 대응할 외교력 약화 우려"
"불확실성 일부 해소…권한대행체제 전환으로 美와 협의할 지휘계통 복원"
"韓, 트럼프의 관세·방위비 인상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어"
"北, 혼란 틈타 도발 가능성…美와 대북 억제 긴밀히 협의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송상호 특파원 = 미국의 한국 전문가들은 14일(현지시간)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그간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협의할 주체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국 정부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국이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비할 외교 역량이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 "尹탄핵은 지휘계통 불확실성 제거하고 헌법질서 복원"
트로이 스탠거론 윌슨센터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 국장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현 위기와 관련해 미국이 가진 근본적인 우려는 이 사태가 헌법에 부합하는 수단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지와 위기 시 지휘계통이 어떻게 작동하느냐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누구에게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은 지휘계통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헌법 질서를 복원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이후 대선을 치르더라도 미국 당국자들이 한국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분명한 지휘계통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새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새로운 정책 구상은 불가능하겠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이제 미국은 한미관계의 주요 측면을 관리하기 위해 한덕수 권한대행의 정부와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파트너십은 한국 국민과 맺은 것…계속 번창할 것"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이메일에서 탄핵 소추안 가결에 대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촉발한 이 심각한 법적·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밟아 나아갈 헌법적 경로에 대해 명확성을 제시함으로써 한미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순간에는 누가 정부를 운영하고 나라를 이끄는지 불확실한데 이는 한미동맹과 동맹의 효과적인 운영에 잠재적 위험과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굳건한 양자 동맹과 파트너십은 한국과 한국 국민과 맺은 것이지 특정 한국 지도자와 맺은 게 아니고, 이는 우리가 그의 특정 정책 일부를 아무리 선호하더라도 그렇다"면서 "만약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하더라도 우리의 굳건한 동맹과 파트너십은 견뎌 내고 계속해서 번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북아시아와 그 너머의 지정학·경제적 상황이 특히 트럼프 2기의 임박한 출범, 일본의 리더십 약화, 대담해진 북한, 규범에 기반한 질서에 계속 도전하는 중국 때문에 앞으로 변화와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태에서 한국이 리더십 위기와 공백을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따른 절차를 똑바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앞두고 한국의 외교활동에 많은 제약 우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약해지면서 관세와 방위비 인상 등의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폴 공 루거센터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재 한국 정부의 상황으로 인해 외교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음을 지적한 뒤 "호주와 일본 같은 주변국은 (새 미국 정부를 겨냥해) 열심히 뛸 텐데 한국은 그냥 벤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게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당장 취임 첫날부터 관세를 때린다고 하면 나라마다 협상팀을 워싱턴에 보내서 어떻게든 관세를 낮추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상무부나 미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산업부 사람들을 먼저 만나려고 하겠나. 번호표 받고 줄 서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트럼프 당선인이 대사들을 지명하고 있는데 (한국이) 이런 상태에서는 주한미국대사를 지명하기가 좀 곤란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아시아 국가 대사들도 발표할 텐데 그때 한국을 어떻게 할지 보면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온전하다는 메시지를 대외로 발신하는 것 중요"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메일 답변에서 "국민의힘이 이끄는 현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 정책을 계속하고 트럼프에게 한국이 미국 경제와 동맹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문제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라앉기까지 한국과 관계의 우선순위를 낮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정치적 혼란 때문에 윤 대통령의 원했던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높은 지위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권력을 잡게 되든 앞으로 몇 개월간 대통령 자리가 정치적 진공 상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 한반도의 방어와 억제력에 어떤 틈도 생기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가 여전히 온전하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뒤따른 정치 위기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와 트럼프 취임 초반이라는 중대한 시기에 한국의 정치 리더십에 공백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무역 정책, 우크라이나 종전,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접촉할 수 있는 역량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치 위기가 없었다면 한국은 새로운 관세를 면제받거나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접촉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자기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구성원들을 접촉하는 게 대단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韓대행, 외교·국정경험 많아 혼란 시기에 한미관계 잘 관리할 것"
북한이 혼란스러운 틈을 노려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난 김정은이 한국 정부가 약해진 것에 대담해진 나머지 제한적인 무력 사용이나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하는 등 상황을 악용하려고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이 도발을 통해 한국 정부를 더 약화하고 한반도에 긴장을 일으키는 등 위기 국면을 조성해 협상을 유리하게 재개하기 위한 기반을 깔려고 할 수 있다. 한국 내에 비핵화 포기나 대북 제재 완화, 한미연합훈련 자제를 주장하는 여론을 조장하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일러 고문은 이어 한 권한대행이 주미대사를 지내는 등 외교와 국정 경험이 많아 혼란스러운 시기에 한미관계를 잘 관리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한미관계는 계속 굳건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일러 고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낼 당시 주미대사였던 한 총리를 처음 만났다면서 "트럼프는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 부과를 신속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커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텐데 한 권한대행이 과업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 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가치와 이익, 위협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게 동맹의 원동력이다. 바이든-문재인 시대에도 북한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랐고 이해관계가 달랐지만, 한미동맹은 굳건했으며 그게 이번에 재앙적으로 무너질 것이라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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