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바글바글했는데"…여의도·광화문 호텔·쇼핑가 노심초사
방한 외국인 관광객 "큰 불편 없어"…도심 쇼핑매장·호텔 "아직 유의미한 움직임 없어"
정부기관 국제회의 등 마이스 대부분 연기…호텔가, 추후 예약 취소 가능성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차민지 기자 = "저 골목은 (사람이 많아서) 지나가질 못할 정도로 바글바글했는데 지금은 확 줄었어요, 한번 가봐요."
명동에서 마사지 가게 전단을 나눠주던 한 직원은 9일 연합뉴스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권 분위기가 위축됐다고 전했다.
평일인 월요일(9일) 낮 명동 거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 상인의 말처럼 길거리나 매장이 붐비지는 않았다.
관광 목적으로 명동을 찾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명동교자 건물 앞에는 인근 직장인들과 함께 줄을 서 있는 외국인 두세팀만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최근 좀 (명동 상권이) 살아나나 했는데 주말부터 외국인들이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 때처럼 거리가 텅 빈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된 올리브영에서는 화장품이 놓인 매대마다 외국인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출장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디아니씨는 "한국 정치 상황을 알고는 있다"며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다 보니 그냥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일본 국적의 모녀는 "내일 돌아가는데 여행을 마치기 전까지 큰일은 없을 것 같다"며 "여행하기 불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다이소 매장 역시 쇼핑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매장 곳곳에 있었다.
가족 여행을 온 호주 국적의 한 관광객은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뉴스를 보긴 했다"며 "지난 주말에도 서울에 있었는데 시위하는 장소와는 떨어져 지내고 있어 여행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주말 집회가 이어지는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 호텔도 현재까지는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유의미한 취소 움직임은 없지만 앞으로 사태가 장기화하면 숙박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근방의 한 호텔 관계자는 "계엄 사태 직후 3∼4일간 일부 외국인 투숙객이 예약을 취소했다"며 "주말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며 식음 업장 예약도 조금 줄었다. 손님들이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시청 인근의 다른 호텔에서는 정부 기관이 잡아놓은 마이스(MICE·대규모 국제회의와 전시 등의 행사를 통한 관광 융복합 산업) 예약이 대부분 연기된 상태다.
여의도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대사관에서 공지한 영향인지 외국인 투숙객의 문의 전화는 꽤 들어온다"며 "실제 취소로 이어진 건도 있었으나 크게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 호텔은 지난 7일 '외부인 화장실 사용 불가' 팻말을 세웠다가 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 호텔 관계자는 "토요일 예식 고객이 로비에 갇혀있는 상황이었고 안전 우려가 있었다"며 "직원을 배치해도 손이 부족해 팻말을 잠시 세웠다가 3∼4시 이후 재개방했다"고 해명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광화문 일대의 호텔들이 화장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호텔 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숙객 등의 항의가 있으면 상당히 난감하다. 또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aeran@yna.co.kr,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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