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136명 수몰됐는데…이시바 "해저탄광 유골발굴 실시곤란"

입력 2024-12-04 15:40
조선인 136명 수몰됐는데…이시바 "해저탄광 유골발굴 실시곤란"

日정부 외면 속 시민단체, 10월 잠수사 투입…내년 1월 추가 조사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4일 일제강점기 조선인 136명이 수몰돼 숨진 조세이 탄광의 유골 발굴 조사 문제와 관련해 "현시점에서는 유골 발굴을 실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도쿄 국회에서 진행된 참의원(상원) 대표 질문에서 고이케 아키라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의 관련 질문에 "조세이 탄광의 유골은 해저에 수몰된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래서 유골의 매몰 위치와 깊이 등이 분명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대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내에 존재하는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등의 유골에 대해서는 유족이 반환을 희망하면 가능한 한 유족에게 반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한국 정부와 합의 및 그동안 협의 상황을 바탕으로 계속 인도적 관점에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세이 탄광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사고였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희생된 분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고이케 서기국장은 대표 질문에서 "조세이 탄광에서 수몰 사고로 사망한 183명 중 136명이 조선반도에서 강제 동원된 사람들이었다"면서 "그동안 일본 정부는 유골의 매몰 위치가 불분명해 발굴이 곤란하다고 답변해 왔으니 시민단체가 잠수 조사를 통해 유골을 수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2년 동안 차가운 해저에 잠들어 있는 유골을 가능한 한 신속히 유족에게 전달해 존엄을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세이 탄광 참사는 1942년 2월 3일 야마구치현 우베시 해안에서 약 1㎞ 떨어진 해저 지하 갱도에서 발생했다. 갱도 누수로 시작된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모두 18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희생자 수습과 사고 경위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유골 발굴 조사를 외면하자 현지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천200만엔(약 1억1천만원)을 마련, 지난 10월 잠수사를 동원해 직접 조사를 벌였다.

잠수사가 흙탕물로 가득 찬 탄광 갱구를 통해 약 180∼200m까지 전진해 조사를 벌인 결과 금속과 나무 등이 떨어져 있는 것은 확인했으나 유골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 모임은 내년 1월 말부터 사흘간 추가 잠수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취재보조: 김지수 통신원)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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