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방문한 바이든 "노예제는 원죄…감춰도 지울 순 없어"
국립노예박물관서 연설…"위대한 국가라면 추한 역사라도 마주해야"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과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앙골라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노예제는 미국의 원죄"라며 과거사를 언급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앙골라 국립노예박물관에서 연단에 올라 "납치된 남녀와 어린아이들이 사슬에 묶인 채 미국에 실려와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함을 겪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좋은 역사든, 나쁘고 추한 역사든 과거사를 마주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위대한 국가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감출 수는 있지만 지울 수 없고, 지워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국은 인프라 건설을 위한 원조에서부터 무역과 투자까지 아프리카 각국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이라는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는 미국이 아프리카에 무엇을 해주느냐가 아니라, 미국과 아프리카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앙골라를 방문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
내년 1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앙골라를 방문한 것은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앙골라 방문 중 과거사를 언급한 것은 과거 미국 노예 중에서도 지역을 통해 미국에 팔린 노예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앙골라 방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흑인 노예로 알려진 윌리엄 터커의 후손과 동행했다.
터커는 1619년 앙골라에서 포르투갈 노예선에 실려 미국에 보내진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인물이다.
다만 미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사 발언은 국내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지역에서 역사 수업 때 노예제에 대한 교육을 제한하는 '애국 교육'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과거사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문구를 소개한 뒤 "이 같은 이상은 아직도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춘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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