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기준금리 깜짝인하, 경기하강 대비의 첫걸음
내년 성장률 1%대로 하락 전망…기준금리 이례적 연속 인하
환율·부동산·가계부채 불안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린 뒤 자신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엔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소개했다. 금리 인하가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들썩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선 올해 말까지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그런데 금통위는 28일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p 내렸다. 시장의 예상을 깬 '깜짝 인하'였다. 이날 결정은 6명의 위원 중 4명이 인하를 주장했고 2명은 동결 의견이었다. 채 2개월이 안 되는 사이에 금통위원 3명이 '동결'에서 '인하'로 의견을 바꾼 원인은 무엇인가.
지난달 금통위 개최 이후 가장 중대한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다. 고율 관세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등 대외여건이 요동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레드 스윕(미국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은 예상을 빗나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날 예상을 깨고 금리를 추가 인하한 것은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엄중하고 경기하강 위험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은이 2번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또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려 잡았다. 특히 내년 성장률은 1.9%로 기존보다 0.2%p 내리면서 잠재성장률(2.0%)보다 낮게 전망했다. 글로벌 무역 갈등이 커지면 1.7%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더구나 이 총재는 "내년 성장 전망도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경기 하강에 따른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3개월 이내에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까지 제시됐다.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다시 벌어졌고 외환시장과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의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커졌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넘나들고 가계부채는 1천90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개 천명하는 등 수출 시장에도 격변이 예고된 상태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내년 경기 하강과 대내외 여건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면밀한 추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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