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美상무장관으로 무역전쟁 재발?…일각선 "中, 보복 안해"
'대중 강경파' 하워드 러트닉, 트럼프의 강력한 관세정책 지지할 듯
경제학자들, 미국 밖으로 눈돌리는 中에 주목…"무역전쟁 2라운드 없을듯"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의 관세와 무역을 총괄할 상무장관으로 '월가 억만장자'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하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관세전쟁이 벌어졌던 미중관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러트닉이 매파(강경파)로 알려진 만큼 미중관계 악화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중국의 달라진 전략에 주목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2라운드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21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러트닉은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좀비 마약'의 원료) 공급처"라며 비난하거나 "전세계 모든 나라에 관세를 부과해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돌려놔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러트닉은 트럼프 선거캠프에 정치자금을 대온 강성 지지자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대외무역 기조에서도 뜻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이인 것이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 대학원의 케빈 첸 연구원은 "러트닉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다른 강경파들과 함께 미중관계에 매우 위험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트닉이 트럼프의 정치적 심복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지명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몫했을 것이라는 점은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브 레빈 홍콩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일론 머스크는 중국과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러트닉의 정책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가장 큰 공장이 상하이에 있기도 하고, 머스크가 중국 경기 침체기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레빈 교수는 "러트닉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중국에 대해 가장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는 인물 중 한 명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보여준 달라진 행보를 주목하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은 페루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파트너·친구가 돼 구동존이(求同存異)하고 서로 성취한다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점을 찾고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의미의 '구동존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발언이었지만,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중국과 미국은 상호 이익적 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논평을 냈다.
SCMP는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중국 대응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기사를 통해 중국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문제로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제학자들 의견을 소개했다.
스위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관세가 중국 경제에 1.5%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중국은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경기부양책, 공급망 다각화, 위안화 평가절하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공격적인 보복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산 항공기 등에 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지만 미국에 대한 무역 협상 여지는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국내 공급망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산 전자제품 등의 수요를 맞출 대안을 그렇게 빨리 마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힘을 싣는 중국의 대외 다변화 전략도 주목했다.
러블리 선임위원은 중국이 수조 원을 투자해 페루에서 건설한 창카이 메가포트(초대형 항만)를 예로 들며 "중국이 미국 외 대체 시장으로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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