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이 쌓아라"…삼성·SK하이닉스 '낸드 적층' 경쟁 치열

입력 2024-11-21 10:55
수정 2024-11-21 15:57
"더 높이 쌓아라"…삼성·SK하이닉스 '낸드 적층' 경쟁 치열

SK하이닉스, 세계 최고층 321단 4D 낸드 양산 돌입

AI 시대 효자 된 낸드…적층 수 높을수록 고용량·고성능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격전 중인 '메모리 3사'가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급부상한 낸드 플래시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데이터센터, PC, 모바일 등 애플리케이션(응용처)을 막론하고 AI용 고용량·고성능·저전력 낸드 제품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더 높은 성능과 용량을 구현하려는 업체 간 '적층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세계 최고층의 321단 1Tb(테라비트) TLC(트리플레벨셀) 4D 낸드 양산 소식을 알리면서 '300단 낸드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이 제품은 기존 세대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 읽기 성능은 13% 향상됐고, 데이터 읽기 전력 효율도 10% 이상 높아졌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 저장 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쓰인다.

'반도체 한파'가 한창이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낸드는 가격 하락과 재고 누적으로 "팔면 팔수록 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온디바이스 AI, AI 서버로 인해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HBM과 더불어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은 적층 수를 앞다퉈 늘리며 낸드 경쟁력을 키우는 중이다.



적층 기술은 각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것인데, 더 많이 쌓아 올릴수록 같은 면적에서 고용량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양산을 시작한 1Tb TLC 9세대 V낸드는 280∼290단, 미국 마이크론이 7월 발표한 클라이언트(고객용) SSD 2650에 들어가는 TLC 9세대(G9) 3D 낸드는 276단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 400단 낸드를 출시하고, 오는 2030년에는 1000단 낸드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메모리 업체들이 D램뿐 아니라 낸드 시장에서 앞다퉈 경쟁을 벌이는 것은 AI시대가 오면서 낸드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6.9%,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22.1%, 마이크론 11.8%다.

2분기 낸드 매출로 보면 삼성전자는 62억달러(약 8조6682억원), SK하이닉스는 37억1천580만달러, 마이크론은 19억8천100만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1∼3분기 연이어 상승세를 보였던 낸드 가격은 올해 4분기 들어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나 기업용 SSD는 유일하게 0∼5% 오를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관측했다.

데이터센터 규모와 고성능 기업용 SSD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낸드 제품의 적층 경쟁을 벌이는 것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300단 이상 제품은 어떤 애플리케이션에나 쓰일 수는 있지만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기업용 SSD나 데이터센터에 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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