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전쟁터 방불'…유엔 "일주일 새 150명 사망"(종합)
괴한 공격받은 국경없는의사회 "안전 담보 때까지 5곳서 활동 중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무장 갱단의 무자비한 폭력 사태에 노출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일주일 동안 최소 1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0일(현지시간) "갱단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활동 수위를 높였다"며 "수도에 남은 주민 400여만명이 사실상 인질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보도자료에서 11∼18일 일주일 동안 최소 150명의 사망자와 9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추가된 국내 실향민 규모는 2만명으로 추산됐다.
국내 실향민은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통상적 거주지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나, 국경을 벗어나지는 못한 이들을 뜻한다.
튀르크 대표는 "아이티 수도에서 최근 폭력이 급증한 건 더 나쁜 일이 다가올 징조"라며 "아이티가 더 이상 혼란에 빠지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로이터통신과 현지 일간 아이티언타임스는 전날 포르토프랭스 인근 한 주택가에서 시신 최소 25구가 주민과 현지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사망자들이 대부분 갱단원이라고 덧붙였다.
중산층 이상이 주로 거주하는 이 교외 마을에서는 최근 경찰과 갱단원 간 무력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도 경찰에 합세해 주요 통행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거나 마체테(날이 넓고 긴 칼)와 망치 등을 들고 자경단처럼 갱단에 맞섰다고 한다.
살인·약탈·성폭행·납치·방화 등 아이티 내 폭력이 일상화해 가는 가운데 국제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성명을 내 "포르토프랭스 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반복적으로 단체 차량을 세우거나 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 CNN방송은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 전언을 인용, 일부 경찰관 역시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측은 "법 집행 기관조차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의료진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때까지 이날부터 의료 시설 5곳에서의 의료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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