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트럭 약탈에 식품가격 급등…배고픈 가자지구 고통 가중
하마스 연계 보안군, 구호품 약탈꾼·암시장 단속…"약 100명 사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전쟁 발발 후 주민들의 굶주림이 날로 악화하는 가자지구에서 구호 트럭이 약탈당한 후 식량 가격 등 물가까지 급등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가자지구 내에서 구호품을 옮기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트럭 98대가 약탈당한 후 식량 가격이 치솟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이 제공한 식량을 실은 UNRWA 트럭들은 이집트 국경지대에서 가자지구 남쪽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인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과 후 이동하던 중 지난 16일 무차별적으로 약탈당했다.
이는 가자지구 내에서 현재까지 벌어진 약탈 사건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거릿 해리스 대변인은 이 사건 이후 가자지구 내 식량, 의약품과 다른 기타 물품의 부족 사태가 악화했다며 "점점 더 원조를 (가자지구 내부로) 들여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 자료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부로 들어오는 구호품의 양은 이달 들어 더욱 급감, 11개월만 최소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가자지구로는 하루 평균 트럭 88대의 진입이 허용됐는데, 이는 구호 단체들이 추산하는 일평균 필요 대수인 600대에 한참 미달하는 수치다.
유엔에 따르면 전체 구호품의 3분의 1은 가자지구 내부 무장 단체가 약탈해 주민들에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호품 부족과 맞물리며 가자지구 내 물가도 급등했다.
전쟁 전에는 40세켈(약 1만4천원)이었던 밀가루 한 포대는 375세켈(약 14만원)이 됐고 30세켈(1만1천원)이었던 분유 한 통은 300세켈(약 11만원)로 올랐다.
식량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자 하마스와 연계된 가자지구 내 보안군은 굶주린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구호품을 훔쳐 판매하는 상인들을 사살하는 등 폭력적인 방식으로 암시장 단속에 나섰다.
최근 가자지구 상인들은 약탈 당한 구호품을 판매할 경우 거액의 벌금에 처해지는 것은 물론 무릎에 총을 맞을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하마스 연계 보안군으로부터 받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8일에는 구호품을 약탈한 사람 수십명이 보안군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내 민간 운송 협회 대표 나헤드 쇼하이브르는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운전 중에 약 100명의 암시장 상인 또는 도둑이 무릎에 총을 맞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FT는 칸 유니스의 한 교차로에서 두건을 쓰고 등 뒤로 손이 묶인 한 남성이 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고, 복면을 쓴 다른 남성이 그를 총으로 쏘는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보안군은 하마스의 잔당들로,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격으로 지하로 피신했다가 최근 재편성돼 사복을 입고 무장한 채 암시장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전쟁 발발 이후 구호품 유입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물가는 가자지구 내 일반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자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당시 '세헴'이라고 불렸던 특수 작전 경찰 부대가 다시 등장했다고 FT는 설명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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