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중근 "노인문제는 먼산 눈덩이 같다…눈앞까지 오면 감당못해"

입력 2024-11-20 08:57
[일문일답] 이중근 "노인문제는 먼산 눈덩이 같다…눈앞까지 오면 감당못해"

"노인도 75세까지는 경제활동 참여해야"…노인 연령 상향 시급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대한노인회 회장인 이중근(83) 부영그룹 회장은 노인 연령 기준을 현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과 관련,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노인 연령 기준 문제를 산 위에서 덩치를 키우면서 굴러내려 오는 눈덩이에 비유한 뒤 "지금 긴급히 대책을 세워도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19대 대한노인회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나이 든 인력의 최대 장점으로 '경륜'을 꼽으면서 노인 연령 상향 때 필요한 대책으로 기업과 정부의 분담을 통한 임금 피크제 확대 적용 등을 언급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 일문일답.

-- 노인회장 취임 시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높이자고 했는데 이유는.

▲ 사회적 여건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당사자(노인)로서 말한 것이다. 생산 인구가 없는데 노인만 모시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온다. 헌법에 기본권, 자유 보장 등의 내용이 있는데 사회적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이는 허구에 불과한 규정이 된다. 노인이 노인답게 복지 혜택 누리거나 후손들로부터 대우받으려면 노인 숫자 자체도 (규모를 줄여서)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 노인 인구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

▲ (문제) 의식없이 몇 년 지나다가 노인 천지가 되면 대책 없이 (문제를) 뒤집어쓰게 된다. 지금은 먼 산 위의 눈덩이지만 그 눈덩이가 우리 눈에 보일 때까지 굴러왔을 때는 감당할 수 없다.

노인 인구가 현재는 1천만명이고 2050년에는 2천만명이 된다. 그런데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하면, 이 숫자가 1천200만명 정도로 줄어들고 그만큼 사회 중추 인력이 늘어난다. 노인이 75세까지는 (경제) 활동에 참여해야 사회적 부담도 완화된다. 몇 년 후면 연금 고갈로 (연령이) 70세 이상 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노인 연령을 조정하면 이런 연금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 75세까지 노인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 일을 나눠서 하면 된다. 가령 65세 때의 임금을 정점으로 66세는 40%로 떨어뜨린 뒤 연 2%씩 하향시키면 나중에는 20%를 받게 된다. 월 500만원 받던 사람이 75세에는 월 100만원을 받는다는 의미인데 작은 돈이 아니다. 회사와 정부가 일정액씩 분담하는 식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

-- 젊은 세대 입장에서 보면 기성세대의 혜택 연장으로 보일 수 있는데 세대 갈등을 피할 해법은.

▲ 내 명함에 보면 '어른다운 노인으로'라고 쓰여있다. 어른이 어른답지 않은 처신을 하면 젊은 사람이 존경하지 않게 되고 결국 자업자득이다. 예컨대 노인석에 다른 사람이 앉았다고 야단칠 게 아니다. 몸이 불편한 학생일 수도 있고 임산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양보도 할 수 있고, 보호자 역할이 되기도 하는 그런 노인이 돼야 한다.

-- 정부에서 노인 연령 상향 움직임이 있나.

▲ 국민통합위원회가 검토 중이며 이달 중에 우리와 협의를 할 것이다. 총리실도 검토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도 우리가 정식으로 건의서를 냈다.

-- 부영그룹의 정년은 몇세인가.

▲ 저 같은 늙은 사람도 다니고 있지 않으냐. 유능한 직원을 왜 내보내느냐. 그 사람이 일 안 한다고 할 때까지 쓰는 게 맞다.

-- 나이 든 인력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경륜은 그런 사람들에게 나온다.



-- 집에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재가 임종제도'도 제안했는데.

▲ 노인이 원해서 요양원에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형편때문에 가는 것이라면 '현대판 고려장'과 다를게 없지 않느냐. 태어날 때는 모두 쳐다보는 가운데 축하받고 태어났는데, 갈 때는 혼자 조용히 죽는다. 이런 건 잘못하는 것 같아 제안했다.

-- 해외에 학교를 짓고 교육한 간호인력을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고 했는데.

▲ 정부가 받아줘야 하는데 일단 캄보디아에서 간호대 인가가 나긴 했다. 한국에서 (학생들을) 채용한다는 조건이다. 이렇게 인력이 수입되면 가족들이 (노인을) 집에서 보살필 수 있다. 시골의 노인회관 같은 곳에서도 외국인과 내국인을 2인 1조로 해서 단체 급식도 하고, 잘 계신지 확인도 하는 제도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1960년대 파독 간호사도 이런 일을 했다.

-- 해외 간호인력을 들여오는 데 대한 정부 입장은.

▲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1천만 노인 가운데 절반만 돌본다고 해도 한 40만∼50만명은 데려와야 하지 않나 싶은데 정확한 수요는 따져봐야 한다. 현재는 (학생) 100명이 시작이다.

-- 출산장려금도 지급하고 노인 연령 기준 상향도 제안하는 등 인구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내가 늘그막에 헌법을 공부했다. 부동산하고 인구는 한없이 느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부동산은 불변이지만 인구는 국가가 필요한 경우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인구 얘기를 하고 있다. 20년 후를 보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 출산장려금 지급 결정 후 사내 출산 늘었나

▲ 희망자가 많아졌다고 하는데 9∼10개월 지나야 알 수 있지 않겠나.

-- 부영 임대아파트에 어린이집이 많은데 노인 시설도 운영 계획이 있나.

▲ 전국의 부영 건물에 빈 상가 있으면 다 내놓으라고 했다. 경로당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전국에 경로당이 한 6만8천개 정도가 있는데 2배를 해도 13만개밖에 안 된다. 현재 경로당 수용인원이 서울은 12%, 부산은 11%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새로 해야 할 숫자가 7만개 이상인데 우리가 한다고 해도 몇백개밖에 안 나온다. 결국 시장·군수들이 도와줘야 한다.

-- 그간 국내외 기부액이 1조원을 넘는다. 아깝지는 않나.

▲ 1조원이 넘는 돈을 못 쓰고 죽는다고 하면 그게 더 아까울 것이다.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그래서 미리 좀 쓰고 싶은데 쓰는 것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나아가 해외 기부는 일종의 선(先)투자다. 꼭 우리 회사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 부동산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고 소문났다.

▲ 여건이 된 곳에 투자할 것이냐, 아니면 여건을 만들 것이냐다. 우리가 처음 집을 지은 곳은 대개 변두리 지역이었다. 우리가 단지 부근에 초등학교를 짓고 하니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우리 아파트를 더 많이 사더라. 그렇게 해서 도시가 됐고 우리 위치는 점차 좋아졌다. 처음부터 꼭 좋은 자리는 아니었던 데가 많다.

-- 인구 줄어드는데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나.

▲ 그렇다고 본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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