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중근 회장 "회사 소유 빈 상가 경로당으로 활용하겠다"

입력 2024-11-20 08:57
수정 2024-11-20 09:26
[인터뷰] 이중근 회장 "회사 소유 빈 상가 경로당으로 활용하겠다"

연합뉴스와 인터뷰…"노인시설 크게 부족, 지금보다 두배 확충해야"

"해외서 간호조무사 양성해 노인 돌봄에 활용해야…40만∼50만명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던 부영그룹이 자사가 전국에 소유한 상가 가운데 빈 곳에 경로당 등 노인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중근(83)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연합뉴스한 인터뷰에서 "전국 부영 단지 상가의 빈 곳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그 이유로 절대적인 노인시설 부족을 꼽았다. 노인 인구 대비 노인 시설의 수용률이 서울의 경우 12%에 불과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전국 경로당은 6만8천개가 있으나 앞으로 7만개 이상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만든다고 해도 몇백개 정도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진 빈 상가를 다 체크해서 내놓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노인회장 취임사에서 법정 노인연령을 현 65세에서 75세로 상향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노인 인구가 현재는 1천만명이고 2050년에는 2천만명이 된다"면서 "노인 연령을 75세로 상향하면, 이 숫자가 1천200만명 정도로 줄어든다. 노인이 75세까지는 활동에 참여해야 사회적 부담도 완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문제의식 없이 시간이 지나 노인 천지가 되면 대책 없이 (문제를) 뒤집어쓰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연령 상향에 따른 노인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선 임금피크제 활용, 정부와 기업 간 분담, 일자리 없는 노인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복지 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고갈 얘기가 나오는데 노인 연령을 높이면 이런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노인들이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재가(在家) 임종 제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반 가정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노인 돌봄이 가능해야 하며, 외국인 인력 양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2년제 간호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선 한국에서 취업을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간호대 설립 인가가 나서 현재 학생 선발을 진행 중이다. 필리핀 가사 관리사처럼 이들 외국 간호조무사를 국내 노인 돌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구상이다.

그는 "지금은 학생 100명으로 시작하지만 수요 공급에 따라 더 늘어날 것"이라며 노인 인구를 감안할 때 최소 40만∼50만명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고향 마을 주민과 동창들에게 최대 1억원씩을 개인 돈으로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이어 올 초에는 2021년 이후 출생한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으며 지난달에는 제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리자는 화두를 던졌다.

그간 기부액이 1조원대에 이르는 이 회장은 "1조원이 넘는 돈을 못 쓰고 죽는다고 하면 그게 더 아깝지 않겠느냐"며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미리 좀 쓰는 것이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에 1천800대의 버스를 기부하는 등 해외에서의 통 큰 기부 활동에 대해선 "선(先)투자다. 꼭 우리 회사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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