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로봇·항공…K-배터리 '트럼프 2기' 돌파구는 사업 다각화

입력 2024-11-18 11:52
ESS·로봇·항공…K-배터리 '트럼프 2기' 돌파구는 사업 다각화

LG엔솔·삼성SDI·SK온, ESS 등 기술 개발 및 사업 확장 박차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강태우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이끌어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등 전기차 지원책 종료를 공약으로 내건 상황이다.

◇ ESS 중심 非전기차 시장 공략 속도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배터리 업계는 기존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해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다.

특히 정책 변화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가파른 성장이 유력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를 필두로 비(非)전기차 사업 비중 확대에 한창이다.

최근 미국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대규모 ESS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6년부터 4년간 8GWh(기가와트시) 규모 ESS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버테크 출범 이후 최대 성과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자율주행로봇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베어로보틱스에 서비스 및 산업용 로봇에 탑재될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라는 사실도 최근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삼성SDI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삼성SDI ESS 매출은 미주 내 전력용 '삼성 배터리 박스'(SBB) 판매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 20% 이상 증가하는 등 고성장을 달성했다.

지난 9월에는 울산 사업장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과 제조의 중심이 될 '마더라인' 구축을 시작,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도 전기차 이외 수요처용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그간 주력 분야가 아니었던 ESS를 처음 선보인 데 이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정책이 확실히 나온 게 아닌 상황이어서 기업이 먼저 나서서 움직이기란 어렵다"면서 "다만 기업들이 대선 전부터 트럼프 리스크와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를 짜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별개로 기업들은 캐즘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로봇, 항공, ESS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다변화는 물론 동남아 등 신규 시장 발굴에도 속도를 내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 "트럼프는 철저한 장사꾼…치밀한 계획 세워야"

한국 배터리 3사는 그간 IRA상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으려고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현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려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IRA 폐기와 함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를 공언하면서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에너지부 장관에 셰일가스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크리스 라이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확대 구상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전기차보다도 배터리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간재인 배터리는 더욱 큰 문제"라며 "완성차 제조사와 합작으로 짓는 공장이 장기계약을 받아 이뤄지고, (준공 및 가동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중간에 정부가 바뀌어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철저한 장사꾼이라는 점과 중국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그런 부분을 고려해 치밀한 계획을 정부와 기업이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동력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결국 길게 보면 전기차 전환 추세는 유효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IRA 전면 폐지 등 극단적인 정책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을 폐지하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한데, 이른바 'IRA 수혜주'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은 공화당 소속이며 공개적으로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 사장도 지난 13일 '산업부 장관-배터리 업계 간담회' 이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서 나오는 IRA상 AMPC 혜택 축소 우려 등을 두고는 "너무 지나친 가정의 가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SK온 공장이 공화당 주에 있고, IRA 폐지에 반대 서명했던 18명의 하원 의원들의 상당수가 이번에 다시 재선된 것을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rice@yna.co.kr, burn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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