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갑질' 의혹에 물러난 효고현 지사 '기사회생' 재선 성공
지방의회 불신임 후 재선출은 역대 2번째…SNS 통해 지지자 결집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에서 '갑질 논란'에 휩싸여 지방의회 불신임 결의를 받은 뒤 자리에서 물러난 지자체장이 선거에 출마해 다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투개표가 이뤄진 효고현 지사 선거에서 지난 9월 현의회의 불신임 결의안 가결로 실직한 사이토 모토히코(47) 전 지사가 당선됐다.
불신임 결의로 실직한 지사가 선거에서 재선출된 경우는 2002년 나가노현 지사 이후 역대 2번째다.
사이토 지사에 대한 현의회의 불신임 결의는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갑질 의혹에서 비롯됐다.
갑질 의혹은 지난 3월 효고현의 한 간부가 사이토 지사의 비위·갑질 의혹을 정리한 문서를 일부 언론기관에 보내면서 불거졌다.
이에 그는 내부 고발자 색출을 지시해 해당 간부인 A씨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으며 A씨가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이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여론이 악화하자 조사에 나선 현 의회는 실제로 많은 갑질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그는 내부고발자의 주장 중 핵심적인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버티다가 현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불신임 결의안이 통과된 뒤 9월 말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그는 "(주민들의) 신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치러지게 된 이번 선거에 다시 출마했다.
선거 운동 초기에는 역 앞에서 호소하는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여론은 차가웠다.
그러나 약 50일간 가두 유세 등을 통해 호소해온 그의 주장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나중에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유세장에 모일 정도로 분위기는 변했다.
그는 가두연설에서 자신이 지사로서 약 3년간 의회 기득권층과 싸우며 지방 행정 개혁에 임해 전임 지사가 추진한 현청사 재건 계획 폐기, 현립대학 수업료 무상화, 학교 화장실 보수 등 성과를 낸 점을 알리고 '갑질 의혹'을 둘러싼 의회 대응의 부당성도 호소했다.
지원 정당도 없이 선거운동을 벌인 사이토 지사의 재선 성공 요인으로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 자원봉사자들의 지원과 SNS를 통해 퍼진 가두연설 동영상이 꼽힌다.
그는 당선 후 소감에서 "원래 SNS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응원해주는 분들이 SNS를 통해 확산된다고 하는 긍정적인 면을 느꼈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 기간 SNS를 통해 퍼진 정보가 신문, 방송 등 매스미디어에 의해 퍼진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크게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한 셈이다.
NHK가 출구 조사에서 투표자에게 가장 많이 참고한 정보 수단을 물은 결과를 보면 'SNS 및 동영상사이트'가 30%로 신문(24%)이나 TV(24%)를 앞섰다.
한편 갑질 의혹을 조사해온 현의회 특별위원회의 조사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아사히신문은 특별위원회가 연내에 조사 보고서를 정리할 계획이며 오는 18일에는 사이토 지사가 증인 신문에 출두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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