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앞두고 각국 정상들 남미 집결…시진핑엔 기회?(종합)

입력 2024-11-15 18:35
트럼프 귀환 앞두고 각국 정상들 남미 집결…시진핑엔 기회?(종합)

페루 APEC·브라질 G20 계기 美 동맹국들 파고들어 영향력 확대전략 구사할듯

"이미 전랑외교→판다외교 전환"…남중국해·대만 등 문제는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이봉석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으로 미중 관계가 가시밭길을 예고한 가운데 남미 순방에 나섰다.

주요국 정상들이 집결하는 남미 다자회의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미국 동맹국들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그는 17∼21일에는 브라질을 국빈방문해 제19차 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은 집권 1기 수준을 뛰어넘는 대(對) 중국 압박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때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했고, 첨단기술에 대한 장벽도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높일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낸 "역사는 우리에게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合則兩利)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鬪則俱傷)'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내용의 축하 메시지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묻어난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반중(反中) 의원으로 알려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을 국무부 장관에 발탁하고, 미국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낙점하는 등 외교·안보 라인을 줄줄이 '대중 강경파'들로 채웠다.

이렇듯 시 주석은 눈앞에 놓인 위기에 대한 돌파구 마련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고 순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기이자 기회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울수록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로 중국이 파고들 여지가 생기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중국이 남미에서 열리는 다자회의에서 국제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자국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페루 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에 세계 안정과 경제에 기여하는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CNN과 인터뷰에서 "APEC과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앞으로 큰 불확실성이 있지만, 중국은 확실성의 상징이다'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페루에 도착한 시 주석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함께 중국이 수조원대 자본을 투입해 건설한 페루 창카이 '메가포트'(초대형 항만) 온라인 개항 행사를 통해 준공을 축하하며 이런 전략의 첫발을 뗐다.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창카이 항은 중국 국유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에서 건설한 심수항(Deepwater port·심해 항구)이다.

시 주석은 온라인 개항식에서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통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축사했다. 중국과 페루는 이날 '자유무역협정(FTA) 최적화'를 위한 의정서를 비롯해 20여건의 양자 협약도 했다.

시 주석의 국가 발전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는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대로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면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 협력 공간이 커지게 된다.

홍콩시립대의 류둥수 정치학과 교수는 CNN에 "만약 미국이 글로벌 시스템에서 한 발 물러서려고 한다면, 누군가 한 발 들여놓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면서 "그 자리를 차지할 능력이 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각국에 미국 편에만 서는 것이 절대 현명하지 않으며, 중국과의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주요 공략 무기는 그동안 중국 외교를 지배했던 '전랑(戰狼·늑대 전사)외교'를 대체하는 유화적인 '판다 외교'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중국에 들어올 때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또 미국 대선을 앞둔 올해 중반부터 중국은 미중 경쟁 속에 갈등을 빚던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부쩍 공을 들여오고 있다.

주변국들과 지난 9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1년 넘게 금지해온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점진 재개하기로 일본과 합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경 문제로 수십 년 동안 갈등 중인 인도와 국경 순찰 방식에 합의하고 철군 작업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최근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에 포함하고 4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주한 중국대사를 내정했으며, 페루에 2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도 같은 차원으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정상회담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회적으로 관계 개선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균중국연구소는 지난 11일 공개한 '미국 대선 분석 특별 리포트'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은 미국 동맹 체제의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은 바이든 정부 시기 소원해졌던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 기회를 모색하고자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얻기가 사실상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의 귀환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대만과의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지지 등 국제적인 논란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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