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강남 그린벨트 해제…"땅값 올라 거래는 안 돼"(종합)

입력 2024-11-14 10:49
[서미숙의 집수다] 강남 그린벨트 해제…"땅값 올라 거래는 안 돼"(종합)

서초 서리풀지구 르포…"토지거래허가 묶여 거래 힘들어…투자 문의도 감소"

보상비 놓고 LH와 진통 예상…일각에선 "시세 수준 보상" 기대감도

내곡지구 등 기존 아파트, 교통 여건 개선 수혜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토지·아파트 모두 매수 문의도, 거래도 많지 않아요. 행위제한이 있는 그린벨트로 워낙 오랫동안 묶여 있던 곳이고, 앞으로 수용될 곳이어서 그런지 조용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신원동에서 만난 한 중개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그린벨트내 공공택지 개발 대상지 4곳을 발표한 뒤 일주일 만에 기자가 찾은 서리풀지구 예정지의 시장 분위기는 예상외로 차분했다.

12년 만의 강남 그린벨트 해제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던 것과 달리, 현장에는 청계산 등산객들과 현지 주민들의 모습만 보일 뿐 투자목적의 답사나 중개업소를 찾는 외지인은 찾기 힘들었다.

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원래 개발계획이 나오면 수용이 되는 사업부지내 토지보다는 부지 밖의 주변 토지에 대한 투자 문의가 많은 게 보통인데 이곳은 개발 예정지 주변도 대부분 도로 아니면 그린벨트"라며 "발표 직후 이 지역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매수 문의도 했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 개발계획 발표 전부터 땅값 올라…허가구역 묶여 거래 쉽지 않아

정부의 택지개발 발표 이후 서울 서초 서리풀(예정)지구내 토지주나 인근 아파트 소유자들 사이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장기간 안 팔리던 땅이 개발된다는 기대감과 함께 한 편으론 보상금액이 만족스럽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개발 예정지 곳곳에는 벌써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보상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민대책위 명의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일대 얼마 남지 않은 유보지였던 만큼 보상비를 높게 받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강해 협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며 "다만 요즘은 보상비가 과거 '공시지가+α(알파)' 수준이 아니라 시세와 유사한 감정평가 금액으로 보상이 이뤄져 보상비를 높게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크다"고 귀띔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리풀지구 일대 토지는 이번 개발계획 발표 전부터 시세가 오르기 시작해 현재 3.3㎡당 300만∼5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청계산로변 화훼 농가는 올해 공시가격만 3.3㎡당 330만원에 달한다.

화훼 농가 앞 왕복 2차선 도로는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4차선으로 넓히는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토지주들의 최대 관심은 보상비다.

서리풀지구의 택지개발을 맡게 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는 지난 5일 주민 의견 청취를 위한 공람공고가 시작된 후 보상 관련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LH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사업지구 편입 여부만 확인해주고 있고, 아직 지구계획도 수립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보상 방식이나 보상 금액은 안내할 수가 없다"며 "보상 문제는 2026년 지구계획 이후에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소유자들의 기대감과 달리 실제 거래는 잘 안된다.

개발이 자유롭지 못한 그린벨트 지역인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직접 농사를 짓는 등 실수요자가 아니면 매수가 불가능하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찌감치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일부 임야는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 등 투기적인 거래가 휩쓸고 지나갔다"며 "지난 5일 택지개발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거래할 수 있는 땅이 있는지 묻는 전화는 오는데 거래 허가 등 제약이 많아 실제 팔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땅을 사겠다는 투자자들보다 내가 가진 땅이 사업 부지에 포함됐는지 궁금해하는 토지주의 문의가 더 많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 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땅값도 많이 올라 초기 투자비 부담이 크다 보니 매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측은 이와 관련해 "주민 공람이 시작된 5일부터 해제지역의 건축물 건축,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변경, 토지의 분할·합병, 식재 등의 개발행위가 제한된다"며 "개발 예정지여서 토지거래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불법 형질 변경된 땅은 제대로 보상을 못 받을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주 등의 또 다른 관심은 아파트 입주권이다.

LH는 수용재결로 가지 않는 협의 양도인에 대해 현금 보상과 함께 보유 토지가 1천㎡ 이상인 경우 협의양도인택지(주택용지) 또는 협의양도주택 분양 자격을 주고 있다.

2021년부터는 3기 신도시의 보상 속도와 주민 재정착률을 높인다는 취지로 400㎡ 이상 토지 소유자에 대해서도 협의양도주택 신청 자격을 준다.

보상금 외에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전용면적 85㎡ 이하 공공 또는 민영아파트 우선 입주 자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주자택지(점포 겸용 주택용지)는 공람공고일 1년 전부터 허가받은 주택에 거주한 사람만 받을 수 있지만, 협의양도인 택지나 아파트 입주권은 공람일 이후에 토지를 매수한 사람도 면적이나 협의 양도 요건만 맞으면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때 매도자의 토지는 공람일 1년 전 보유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아파트 입주권에 대해 큰 기대감을 표했다.

A씨는 "보유 토지가 1천㎡ 정도 되는데 주변에서 아파트 입주권이 나올 거라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땅을 팔고 싶어도 안 팔려서 애를 먹었는데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아파트 분양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지 전문가들은 "부지 규모가 작거나 공동주택 공급계획이 많은 곳은 이주자와 협의양도인에게 제공할 단독주택용지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며 "투자할 지구의 특징을 사전에 파악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존 아파트도 교통개선 수혜 기대…매수 문의는 뜸해

서리풀지구 개발로 인근의 기존 서초 우면·내곡지구 등 공공택지지구내 아파트도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내곡지구 서초포레스타 6단지와 7단지는 현재 전용면적 59㎡가 13억5천만∼14억원, 84㎡는 15억∼17억원 선이다.

서리풀지구 개발 계획 발표 후 일부 집주인들은 시세 상승을 기대해 매도를 유보하고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했지만, 아직 호가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C공인 대표는 "서리풀지구 2만가구 중 절반 이상을 신혼부부용 장기 임대주택이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는다니 앞으로 아파트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개발계획에 포함된 교통여건 등 기반시설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리풀지구를 관통하는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청계산입구-판교역 사이에 추가 역 신설을 검토 중이다.

또 지하철 3·4호선과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과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도 확충할 방침이다.

최근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위례과천선도 서초 우면·강남 세곡 등지를 지나면서 서리풀지구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서초 우면·내곡이나 이번 서리풀지구 예정지는 서초구라 해도 남쪽으로 치우쳐 성남시에 가깝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게 취약점으로 꼽혔다"며 "앞으로 교통 환경이 좋아지면 집값이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는 "서리풀지구는 임대아파트가 많기도 하지만 부지가 한 덩어리기로 묶이지 않고 임야를 뺀 훼손지 위주로 산재해 있어 대단지 개발 효과가 반감될 것 같다"며 "가격이 오른다 해도 강남권이나 판교만큼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아파트 청약을 기다려온 4050 세대들은 일반분양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실망하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서리풀지구 2만가구의 55%(1만1천가구)를 저출산 대책을 위한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남은 9천가구도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30년 공공임대 건설 물량(전체 건설주택의 20%, 4천가구)을 제외하면 공공 및 민간 분양 물량은 총 5천∼6천가구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다만 신혼부부 장기전세 물량이 많은 것을 고려해 공공임대 물량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이 경우 분양 주택 물량은 6천∼7천가구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 B씨(41)는 "통장 가입후 15년이 지났는데 서울은 분양가가 높기도 하지만 청약가점에서 밀려 당첨이 어려웠다"며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해서 저렴한 분양가를 기대했는데 분양물량이 많지 않다고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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