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맨해튼 프로젝트"…트럼프 2기, 대내외 정책 대전환 예고

입력 2024-11-13 16:55
수정 2024-11-13 21:14
"대변혁·맨해튼 프로젝트"…트럼프 2기, 대내외 정책 대전환 예고

충성파로 요직 채우고 대변혁 추진…더 강력한 '美우선주의' 예고

정부에도 기업가적 시각 적용…동맹에 '불똥'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과 동시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근간으로 하는 신(新) 트럼피즘 실현을 위한 대내외 정책 기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충성파'로 요직을 채우고 정부 조직을 재편하는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앞세워 관료주의 해체와 비용 절감 등을 골자로 한 대혁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립주의 노선으로의 대변혁이 예고된 만큼 동맹과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 트럼피즘의 귀환…국내외 정책 대전환 예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직후 대내외 정책 방향은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와일스 내정자는 11일 공화당 후원자와 공개모임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당일 바이든 정부가 취소했던 트럼프 1기 때 행정명령 몇 개를 재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스 내정자가 구체적인 목록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철회했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주요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금지, 파리 기후 협정 탈퇴, 정책 입안과 관련된 공무원의 법적 보호 박탈 내용이 담긴 '스케줄 F' 등이 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파리 협정을 탈퇴하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며 자기 뜻에 맞지 않는 공무원은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때문에 스케줄 F를 재가동해 연방정부의 구성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고 이를 통해 그간 강조해온 정책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와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미국 내 제조업 기반 재건, 국경 통제 강화와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공약 실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안보와 기후 등 여러 분야에서 바이든 정부 때와는 180도 다른 미국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백악관 정책 고문 형식인 '차르(czar)'직을 적극 활용해 측근들을 요직에 등용하고 있다.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차르는 정권 출범과 동시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만큼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정책 실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와일스 내정자도 정부를 대변혁(revolutionize)을 할 수 있는 기간은 트럼프 당선인의 2기 임기 4년이 아닌 다음 중간선거까지인 2년이라며 '대변혁'과 함께 속도전을 예고했다.



◇ 기업가적 시각으로 정부 비용 절감…동맹에 '불똥' 튈까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주도할 '정부효율부'도 연방정부의 변화를 위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2기에서 새로 만들어진 부처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연방 기관을 구조조정하는 길을 닦는 한편 관료주의를 해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인류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한 비밀 계획을 인용해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로 언급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앞서 연방 정부 예산의 3분의 1가량인 2조달러 이상을 삭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대대적인 '칼질'이 시작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정부효율부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정부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인적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한 작은 정부가 현실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와 더불어 정부에도 기업가적 시각을 더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기조가 동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비용 절감을 내세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동맹에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동맹에 방위비 증액 압박을 지속해왔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도 회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각에서는 한국에도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를 앞세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1기 때 외교·안보 분야에서 충동적인 결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던 군 장성 출신 등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부재하고 충성파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반면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과 통화하는 자리에도 배석하면서 외교 분야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정부효율화 작업을 250번째 독립기념일인 2026년 7월 4일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속도감 있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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