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트럼프 2기 앞두고 국방비 증액 논란…"GDP 5%도 악몽"

입력 2024-11-13 15:11
대만, 트럼프 2기 앞두고 국방비 증액 논란…"GDP 5%도 악몽"

SCMP "미국산 무기 대규모 구매 압박…대만 병력 부족 문제도"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트럼프 2기'로 예고된 국제질서 재편에 여러 국가가 긴장하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국방비 증액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대만이 미국에 '보호비(Protection fees)'를 내야 한다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늘리라고 요구했지만, 대만이 이를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트럼프 재집권으로 예상되는 '대만의 악몽'에 대해 전문가들 견해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독립 성향인 대만 민진당 정부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대만은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를 들어줄 여력이 없으며 미군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핵심 의제인 국방비 증액과 관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만에 GDP의 10%까지 늘리라는 요구는 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초당적 의견인 GDP의 5% 증액 요구는 대만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대만 싱크탱크인 대만국제전략연구회(TISSS)의 맥스 로 이사는 대만 라이칭더 총통의 강한 독립 성향으로 중국이 그를 '분리주의자'로 간주함에 따라 대만의 미국 의존도가 커졌다고 말했다.

로 이사는 또 대만 국방비에 대한 미국 기대도 2000년대에는 GDP의 3%였으나 최근에는 GDP의 5%로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국방비는 국공내전 패배에 따라 대만으로 패퇴한 장제스 전 총통의 집권 초기인 1951년에는 정부 예산의 77.4%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가 이어져 그의 아들 장징궈 정부에서는 정부 예산의 35.5%(GDP의 7.8%)까지 줄었다.

이런 감소세는 2010년대 중반까지 지속했으며 차이잉원 전 총통이 취임한 이듬해인 2017년 GDP의 2%였던 국방 예산은 지난해 2.45%로 늘었다. 라이칭더 정부가 짠 내년 국방 예산은 GDP의 2.56%로 여전히 3%에 못 미친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의 보좌관들은 GDP의 5%가 최소 수준이라며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안보 분야 각료 후보로 거론되는 앨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지난 5월 대만 영어신문 타이베이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불균형을 언급하며 "GDP의 5% 수준의 국방비는 바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마이클 마자도 지난 8월 같은 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대만이 지금 GDP의 3%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너무 적고, 너무 늦다"며 5%가 "좋은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미국 여야 모두 대만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처럼 자력으로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GDP의 37% 수준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국방 예산은 GDP의 5.3%를 차지한다.

SCMP는 또 대만(2.45%)은 한국(2.8%)과 싱가포르(2.7%)보다 낮고, 영국(2.3%)과 프랑스(2.1%)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TISSS의 로 이사는 "최근 수년 동안 민진당 정부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프라와 복지 예산에 집중하고 있어 국방 예산은 5%는커녕 3%로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로 이사는 민진당 정부가 트럼프의 요구를 충족시킨다면 의료나 사회복지, 인프라 등 다른 정부 정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차기 선거에서 여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의 국방비 지출이 GDP의 5%, 심지어 10%까지 늘어난다면 라이칭더 행정부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만의 국방연구소협회의 치에 충 사무총장도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국방 예산을 5%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5%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 전체 예산 2조8천800억대만달러(약 124조8천억원)의 43% 수준인 1조2천300억대만달러(약 53조3천억원)를 지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트럼프가 제시한 10%를 달성하려면 내년에 예상되는 대만의 GDP가 26조대만달러(약 1천126조원) 규모이므로 내년 예산안 3조1천300억대만달러(약 135조6천억원)의 84%를 국방비로 배정해야 한다며 이는 트럼프의 대만 예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훙후이 대만 국방부 부부장(차관)도 지난 6일 입법원(국회) 보고에서 국방 예산을 현행 2.4%에서 5%로 늘리는 것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의 요구는 미국산 무기 구입 관련 우려도 낳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대만에 180억달러(약 25조3천억원) 이상의 무기 패키지 판매를 승인했지만, 실제 인도된 규모는 13% 수준이며 미인도 패키지에는 80억달러(약 11조3천억원) 규모의 F-16V 전투기 66대 구매도 포함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만이 이처럼 미국 무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국방부 공보관을 지낸 루더인 군사평론가는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 구매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새로운 군사 장비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병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더 많은 무기 체계와 장비가 도입되는데 특히 첨단 무기를 다룰 숙련된 군인이 충분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SCMP는 최근 설문조사들을 보면 대만 청년들이 자국을 방어하려는 의지는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입대하는 청년은 적어 징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2012년 12월 군 복무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으며 올해부터 1년 의무복무가 시행됐다.

청년들은 대학교 방학을 이용해 의무복무를 마쳤다가 1년 연장된 이후에는 졸업 때까지 연기하는 의무복무를 시간 낭비로 여기고 있다고 로 이사는 전했다.

대만의 현역 군인은 물론 예비군 규모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 군사평론가는 대만 당국이 예비군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미진함에 따라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상황에서 예비군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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