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전 주력하는 北, GPS 교란 대응책은 사실상 훈련뿐
전문가들 "'가성비 공격' 한동안 지속할듯…평시보다 특수상황시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북한이 전자기전을 군사력 강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내세우면서 국내에서 신고되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방해 활동 사례도 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GPS 교란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평시에는 큰 피해가 없더라도 군사 작전 등 특수 상황에서는 타격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 항공·선박 분야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응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북한의 GPS 전파방해 활동에 의한 장애 신고는 항공기 279건, 선박 52건 등 총 331건 접수됐다. 다만 이로 인한 사고 등의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북한의 전파방해 건수를 연간으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으나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총 1천482건의 공격이 발생하는 등 북한은 한 번 GPS 교란 공격을 시작하면 수일 사이에도 수백건씩 늘리는 양상을 보인다.
북한의 전파 공격은 GPS 위성이 지구상으로 전파를 쏘는 중간에 더욱 강한 신호를 쏴서 기존 신호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초부터 황해도 일대 등에서 GPS 전파 교란 신호를 간헐적으로 내보냈다. 대남 오물 풍선을 처음 날리기 시작하던 지난 5월 말~6월 초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쪽을 향한 GPS 교란 공격을 감행했으며, 최근에는 남쪽이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표적화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GPS 전파 교란 도발이 '저비용 고효율'이라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8개 부문 중점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전자기전을 언급했다. 한미가 운영하는 비행·지상·해상 자산에 전자기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역점 사업이기 때문에 그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실험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 입장에서는 저비용 고효율로 우리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확산할 수 있는 데다 서해 북방한계선 등에서 탐색하기도 좋기 때문에 한동안 이런 공격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당장 북한 GPS 전파 교란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만큼 비상 상황에 늘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GPS 방해의 경우 집중적으로 신고가 들어올 때 취합한다"며 "주로 항공과 선박 분야에서 신고되는데 내비게이션 오류처럼 운항 상에 잠시 지장이 있을 뿐 아직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중앙전파관리소 등과 협력해 전파 혼신 감시를 하고 있으며, 피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각 분야 관련 부처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피해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어선이 조업을 중단하거나 항공기 운항이 미뤄지는 등의 차질은 빚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선박이 해상에서 끊김 없이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첨단 지상파항법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알루미늄 테이프로 만든 보호막을 선박의 GPS 수신용 안테나에 감싸 교란을 막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이 문제는 기술로 푸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며 "평시에는 어선 등에서 일부 교란으로 혼란을 당하는 정도의 피해만 있겠지만 군사 훈련이나 작전 중일 때, 특수한 상황에서는 피해를 볼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란이 발생할 경우 국내에서 빠르게 항공, 해상 자산에 경고를 보내줘서 혼란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체계가 있으면 교란이 와도 당황해서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줄 것이다. 시뮬레이션 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기술적으로 대응 방안이 마땅하지 않은 만큼 정무적 해결이 답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 교수는 "대북 전단이나 평양 무인기 사건에 대해 북한이 우리를 주범으로 규정하고 맞대응 성격이기 때문에 결국 정무적으로 푸는 게 근본적 해결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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