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2기] ⑤ "달러·금, 이미 많이 올라…美주식 비중 확대"

입력 2024-11-10 05:50
[트럼프노믹스 2기] ⑤ "달러·금, 이미 많이 올라…美주식 비중 확대"

은행권 투자전문가 조언…"예금 만기는 길게, 대출은 변동형으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은행권 투자전문가들은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시장 금리가 뛰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예금 만기를 길게 가져가라고 권했다.

달러의 경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높아진 만큼 추가 매수를 통해 큰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금 역시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주식과 채권 등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 "시장금리 완만하게 하락…예금 만기는 길게, 대출은 변동금리"

10일 연합뉴스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투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트레이드로 급등한 시장금리가 단기간에 하락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사임 요구를 받더라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을 이런 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장현상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연구원은 "시장금리는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럼프 트레이드를 되돌리며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시장 금리가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금은 만기가 긴 것이, 대출은 금리 변동형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유영동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팀 전문위원은 "국내 시장 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수준에서 박스권을 그리다가 하반기를 넘어서면 하락할 것"이라며 "예금자는 지금부터 1년 이상 예금을 묶어두는 것이 낫고, 대출자는 변동금리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도 "예금 상품의 경우 단기보다는 장기로 운용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비하라"고 권했다.

정 PB는 "향후 금리 인하를 고려하면 변동형 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대출 고객에게 적용되는 변동형과 고정형의 금리 차가 크다면 실제 납입할 이자 금액을 따져보라"고 덧붙였다.



◇ "이미 많이 오른 달러와 금…추가 매수로 이익 기대 어려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달러 가치가 뛰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달러 투자를 더 확대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조한조 농협은행 NHALL100자문센터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원/달러 환율이 이미 1,40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달러 추가 매수는 장기적으로 실익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달러 보유자는 내년 상반기 차익실현 하는 것이, 신규 투자자는 내년 상반기에 달러를 제외한 이종통화 매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정 PB도 "현재 환율 수준은 과거 환율 대비 높다"며 "1,420원 부근을 단기 고점으로 보고 있지만 상승 추세가 지속되기는 힘들어 보이고, 1,380원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유학생 송금 등 실수요가 아닌 투자목적이라면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금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윤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장은 "단기간 금 가격이 급등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금 추격 매수는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자산 배분 관점에서 금을 보유한다면 단기 조정 상황에서 매수하는 것이 좋고, 실물 보유 부담이 없고 세금 혜택이 있는 KRX 금 거래소를 통해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정 PB도 "금 시세는 향후 하락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달러 가치를 높여 금 시세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를 희망한다는 트럼프의 언급을 고려하면 안전자산인 금보다는 위험자산 선호 투자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PB팀장은 "중국 등 중앙은행의 금 매수 지속, 내년 달러 가치 하락 등을 고려하면 금 가격은 완만한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목표설정형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활용해 5∼10%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적립식 투자 방법으로 분할 매수 하라"고 추천했다.



◇ "美 주식 비중 확대 추천…금리 인하기 채권 투자도 매력적"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재선 이후 금융소비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투자처로 미국 주식과 채권을 꼽았다.

김 PB팀장은 "물가안정 기조, 양호한 고용지표, 트럼프의 감세와 재정 확대 정책 등을 고려해 미국 주식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시장금리의 점진적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채권 투자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50%는 미국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성장주와 가치주로 균등 분배해 투자하고, 30%는 채권, 20%는 한국과 인도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증시가 목표가에 거의 다가온 만큼 연말에 출렁일 수 있는데, 증시 변동성을 이용한 분할매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 등 감세안이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시장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면서도 "이 또한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인상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노리는 금리 베팅은 무의미하고 뉴스에 따라 구간별 금리 등락을 활용한 채권 매수도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