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법적 논란 속에 알바니아로 두 번째 이주민 그룹 이송
첫 시도 실패 후 새 법령 서둘러 채택하고 재시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알바니아 이주민 처리 센터가 법적 논란 속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해군 함정 리브라가 이주민 8명을 태우고 8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셴진 항구에 도착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셴진 이주민 센터에서 의료 검사와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로마지방법원 이민전담재판부의 구금 승인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기할 예정이다.
이탈리아가 알바니아 이주민 처리 센터로 이주민을 집단 이송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달 18일 로마지방법원 이민전담재판부는 이탈리아가 알바니아로 이송한 첫 이주민 그룹의 구금을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이주민 출신국인 방글라데시와 이집트를 안전 국가로 간주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12명 모두를 이탈리아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안전 국가란 송환되더라도 해당 국가 정부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국가를 말한다.
이탈리아가 지난해 11월 알바니아와 맺은 이주민 협정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자국 해역에서 구조한 이주민 가운데 안전 국가 출신만 알바니아로 보낼 수 있다.
이 판결은 지난달 4일 나온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당시 ECJ는 지역 일부가 아닌 국가 전체가 안전할 경우에만 안전 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로마지방법원의 판결로 자국에 들어온 이주민을 알바니아로 이송해 그곳에서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환하려던 이탈리아 정부의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간 이탈리아 정부는 이주민 문제를 아웃소싱하는 '알바니아 모델'이 불법 이주민 유입을 억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라고 선전해왔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 프로젝트를 면밀히 주시해왔다.
첫 시도부터 난관에 부닥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21일 안전 국가 대상을 기존의 22개국에서 19개국으로 축소한 뒤 이를 총리령으로 지정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안전 국가 목록을 법으로 정한 만큼 법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은 불확실하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이주민의 주요 출신 국가인 방글라데시, 이집트가 변경된 안전 국가 목록에 여전히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인 잔파올로 스키아보네는 오는 10일 로마지방법원이 두 번째 이주민 그룹에 대해서도 구금 불가 판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 국가 목록이 법률로 정해졌다고 해서 해당 국가의 실제 상황을 평가해 진정으로 안전한지 판단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 계획에 약 8억유로(약 1조1천981억원)를 지출했다며 정치적·재정적으로 많은 투자를 한 만큼 어떻게든 강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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