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장 걱정했는데 다행"…배춧값 내리자 장보기 '활기'

입력 2024-11-10 06:01
[르포] "김장 걱정했는데 다행"…배춧값 내리자 장보기 '활기'

마트·시장, 할인표시 내걸고 손님맞이…반찬가게 "이제야 인건비 나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전단 보고 이거(배추) 사려고 부랴부랴 왔어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왕십리점에는 채소 판매대에 쌓여있던 배추와 그 앞에 붙은 가격표를 확인하는 고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카트를 곧장 끌고 와 배추를 담는가 하면 가격표를 보며 "어머, (가격) 많이 내려갔네", "싸다"라고 놀라기도 했다.

이날부터 이마트는 배추 세 포기가 든 한 망을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20% 할인된 5천984원에 판매했다. 배추를 구매하면 이(e)머니 1천점을 추가로 적립해줘 한 포기당 1천661원꼴이다.

이는 지난 9월 중순 포기당 평균 9천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던 소매가격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출하량이 늘어 배추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데다 특가 행사까지 겹치자 이날 매장에선 열댓명이 점포 개장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문을 열자 줄지어 배추 판매로 향하는 '오픈런'까지 발생했다.

행사 첫날 오후 2시께 이마트 배추 판매 물량은 예상의 3배를 넘었다.



가격이 내려가자 김장을 앞둔 주부들이 모처럼 장바구니에 배추를 채웠다.

주부 전 모 씨는 "배추김치가 다 떨어졌는데 배추가 너무 비싸서 못 사고 깍두기며 총각김치며 돌려먹고 있었다"며 "많이 싸진 것 같다"고 웃었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임순옥씨도 "김장도 일부러 미루고 마트에 올 때마다 배추 가격을 봤는데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한 포기에 3천원이었는데 이 정도면 김장도 할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치솟은 배추가격에 발을 구르던 자영업자도 한시름을 덜었다고 안도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영숙씨는 "아침에 수영장에 갔다가 배추 가격이 내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오토바이를 타고 바로 달려왔다"며 분주하게 배추 세 망(세 포기에 한 망)을 카드에 담았다.

김씨는 "호프집 안주로 찌개며 두부김치며 배추 쓸 일이 많은데 너무 비싸서 장사를 못 할 정도였다"며 "김장은 또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과 식자재마트, 슈퍼마켓에서도 배추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

배추 가격 안내판에는 '초특가 세일', '행사 상품', 야채 세일' 등 할인 내용을 강조했다. 한망당 1만5천원에서 9천800원으로 앞자리를 바꿔 걸기도 했다.

성동구 금남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한 상인은 "강릉에서 온 최고 좋은 건데 한 망에 2만원"이라며 "절대 비싼 게 아니다. 한 포기에 2만원에 팔 때도 없어서 못 팔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임 모 씨는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잘 안 나간다"며 "김장 안 하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가격이 내려가기 전에 겁먹고 절임 배추를 주문했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사나흘씩 안 팔리면 겉잎을 떼어내는데 그러면 배추가 작아져 더 안 팔린다"며 "어제는 그렇게 작아진 배추 3∼4개를 만원에 식당에 넘겼다"고 말했다.

배추 가격이 내려간 덕분에 식당이나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 얼굴을 폈다.

중구에서 김치를 전문으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배춧값이 말도 못 하게 오르던 추석 때쯤과 비교하면 지금은 절반 수준"이라며 "이제야 인건비가 나온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야채 가격은 올랐다 내렸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심했다. 배추 한 망에 6만원을 줬던 건 생전 처음"이라며 "단골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양을 줄여 팔아야 하니 애가 탔는데 그래도 김장철 전에 가격이 많이 내려와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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