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中 '살라미식' 부양책 발표…어쨌든 주가는 올랐다
"알맹이 없다" 비판에도 부양 의지 연속 표명…상하이지수 한달새 29% 상승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2,704.09→3,489.78.
올해 9월 13일 2,704.09를 기록하며 '바닥'까지 내려갔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 8일 3,489.78이 됐다. 상승률은 29.0%다.
상하이지수는 올해 2월 5일 2,702.19까지 떨어진 뒤 5월 중순 3,000선을 넘기까지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이후로는 기약 없이 내려가기만 했다. 이 지수가 2,700선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2020년 3월 이후 없었던 일이다.
10월 8일 일시 고점을 찍은 상하이지수는 9일 뒤인 17일 3,169.38까지 내려가긴 했으나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 이달 8일 3,452.30으로 장을 마감했다.
선전지수 역시 진폭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중국 안팎을 놀라게 한 주가 상승 랠리는 올해 부동산시장과 내수 침체 속에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가운데 당국이 잇따라 개최한 경기 부양 기자회견과 무관치 않다.
중국 최대 휴가 기간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 직전이던 9월 24일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금융기구 수장의 합동 기자회견이 시작이었다. 인민은행은 정책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증시 안정화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틀 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 주재로 이례적인 '9월 경제 회의'를 열어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지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정부 투자의 주도적 역할을 더 잘 발휘하기 위해 초장기 특별국채와 지방정부 특별채를 발행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민은행 기자회견 이후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10월 8일)와 재정부(10월 12일), 부동산 담당 기관인 주택도시농촌건설부(10월 17일) 등은 잇따라 장관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성장'을 외쳤다.
여타 국가들처럼 정부 부처 합동으로 부양책을 일거에 발표하는 게 아니라 기관별로 예산 일부를 앞당겨 집행한다는 계획을 공개하거나 아예 의지만 표명하기도 해 해외 매체나 투자사로부터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중국은 이런 '살라미식' 부양책 발표를 이어갔다.
기대를 모았던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회 기자회견 역시 '10조위안(약 1천937조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하긴 했으나 이 재원은 사실 지방정부들의 부채를 갚는 새로운 부채(채권)일 뿐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부양책이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다시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 무엇인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기도 한다.
해외에선 기대와 실망이 반복됐지만 중국 증시는 인민은행의 첫 기자회견 이후 계속 상승세다.
9월 13일 바닥을 찍은 상하이지수는 18일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상승폭은 0.49%(18일)→0.69%(19일)→0.03%(20일)→0.44%(23일)의 흐름을 보이다 인민은행 등이 기자회견을 연 24일 4.15% 상승을 기점으로 1.16%(25일)→3.61%(26일)→2.89%(27일)가 됐고, 국경절 연휴 전날인 30일에는 8.06%나 상승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주식 거래액의 증가다.
하루 2천억위안(약 38조7천억원)대였던 상하이거래소 거래액도 두배 넘게 뛰었다. 상하이·선전거래소 합계 거래액은 인민은행 기자회견 이튿날인 9월 25일부터 28거래일 연속 1조위안(약 193조7천억원) 선을 넘기고 있다. 한 달 넘게 한화 수백조원이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이다.
거래량이 많아지니 당국 발표가 있을 때마다 주식시장 반응도 전보다 뜨거워졌다.
인민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하겠다고 한 지난달 18일과 실제 인하가 이뤄진 21일, 두 거래일 연속 상하이·선전 거래액이 2조위안(약 387조4천억원)을 넘어선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이 시장 기대에 걸맞는 획기적인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중국 안팎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총생산(GDP) 12%가 넘는 4조위안(약 776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꺼내든 바 있다. 중국 내부에선 이때 기업들에 대규모로 흘러 들어간 돈이 생산적 투자가 아닌 부동산 투기로 이어졌고, 재정 건전성 악화와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됐다는 반성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신중론'이 최근 들어 중국 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내년까지 여력을 비축해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백악관에 복귀할 때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이런 증시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중국 주가 상승세는 아직 이어지고 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이 월세 낼 돈까지 아껴 주식시장에 뛰어든다거나 대출금으로 주식을 샀다는 사람까지 '불장'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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