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등 빅테크 규제 위해 공정위법 집행 강화해야"
이황 교수 "공정위 개정안, 빅테크 규제 실효 의문…트럼프 정부와 마찰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고려할 때 빅테크 규제법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는 것보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강하게 집행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법 전문가인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정책자문위원, 한국유통법학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 규제 방안인 '사전 지정 제도'가 국내 플랫폼에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으며, 이보다 완화된 '사후 추정 방식'마저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현행 공정거래법을 보다 강하게 집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사후 추정' 및 '입증 책임 강화' 방식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개정안은 현행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중개·검색·동영상 등 6개 서비스와 관련된 플랫폼을 대상으로 독과점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후 추정 방식'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제시한 '사전 지정 방식'을 철회하며 마련한 대안이다.
사전 지정 방식은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기업들로부터 위법 행위가 발생하기만 하면, 증명 과정 없이 조사·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독과점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줄여 신속한 제재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사전 지정 방식의 대표적 예로는 애플·메타 등 6개 기업을 사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 독과점 행위를 감시하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있다.
반면, 공정위 개정안은 미리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지 않고, 점유율과 이용자 수 등을 파악해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최종 판단해 처벌하는 원리다.
'지배적 플랫폼' 추정 기준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 이용자 수 1천만 명 이상,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 회사별 이용자 수가 2천만 명 이상인 경우 등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준에 구글·애플·카카오·네이버 등 일부 대형 플랫폼이 포함될 뿐, 쿠팡·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은 제외될 수 있어 제재 범위가 좁고, 위법 행위에 대한 증명 과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 교수는 빅테크가 공정위 개정안에 따른 규제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표적인 미국 빅테크들이 국내 지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 만큼의 실질적인 조사는 쉽지 않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과 구글·애플 등에 대한 조사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자체 플랫폼이 없어 DMA가 사실상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것이라면, 공정위 개정안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미국 빅테크보다 국내 플랫폼을 더 강하게 조사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가장 중심적인 규제 대상은 글로벌 빅테크"라며 규제 강도와 대상을 결정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자국 빅테크에 대한 사소한 규제 움직임에도 미국 정부가 반발할 가능성이 큰 점도 공정위 개정안을 재고해야 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EU의 DMA는 이미 입법됐으니 집행에 대해 문제 삼겠지만 공정위 개정안은 입법이 안 된 단계로, 미국의 국익을 손상하거나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사전 지정 제도보다는) 공정위 개정안이 완화된 형태지만 이것조차도 미국에서 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내에서도 해당 개정안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미국 하원에서는 '미국 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는 차별적 디지털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이른바 '통상법 301조' 조사 등 대응 조치를 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 교수는 "현행 공정위법 집행 강화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고 미국과의 물리적인 마찰 없이 성공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집행에 시간이 걸려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공정위의 인적·물적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하는 등 다른 행정적 방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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