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미·러 대화 시그널…우크라 대전환점 오나
푸틴 "우크라 중립, 점령지 병합 인정' 요구
트럼프 '현 전선 동결' 등 해법 전망…"협상 시작점될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전환점이 오게 될지 관심이 커졌다.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얼마 후 트럼프 당선인도 미 NBC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대화한다면 3년째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종결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거듭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자신의 원하는 종전의 모습을 제시했다.
그는 "그곳에 중립성이 없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좋은 이웃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에 가입해선 안된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대해서는 "특정 영토와 우리가 역사적 영토에 사는 사람들의 주권적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거주민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해 이 지역 합병을 선언한 것을 인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6월 제시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 등 조건을 고수한 셈이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 영토를 온전히 지키면서 서방에 추가 무기 지원을 요구하는 정반대의 '승리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해결 방안이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진 않았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한 채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종전 구상으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J.D.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월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이 될 것 같고, 러시아가 재침략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비무장 지대일 것으로 보인다"고 우크라이나 해법을 언급한 것과 상통한다.
그는 또 "(이 방법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주권을 지킬 수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성, 즉 나토 등 서방 동맹의 기구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받게 된다"며 "이게 협상의 궁극적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언뜻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의 요구가 더 반영된 방안으로 보이지만 러시아 매체들은 러시아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폴레타예프는 스푸트니크에 WSJ 보도에 대해 "러시아는 현 형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주목표인 우크라이나로부터의 군사 위협을 제거한다는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방안이 협상의 시작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는 현지 매체 렌타에 갈등을 20년간 동결하는 것이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자존심이 강한 강대국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8일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볼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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