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아베처럼 재빨리"…취임 전부터 회동 잡으려 각국 분주
아베, 2016년 트럼프 당선 9일 만에 황금색 골프클럽 선물 들고 뉴욕으로
CNN "각국 정상, 취임식 전에 회동 추진…마러라고행 등 모든 옵션에 열려"
한국 정부도 윤 대통령과의 조기 회동 추진…주미대사 마러라고에 급파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2016년 11월 17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황금색 골프클럽 선물을 들고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로 달려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아웃사이더'로 불리던 트럼프가 미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킨 후 불과 9일 만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가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만난 외국 지도자였다. 트럼프 당선인으로서는 외교무대 공식 데뷔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의 대외전략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며 불확실성이 한껏 고조되는 와중에 각국 정상들이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아베 전 총리가 누구보다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2017년 1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트럼프는 임기 내내 아베 전 총리를 '환상적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한 달도 안 돼 또 미국으로 날아가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을 탈환한 지금 각국 정상은 신속하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것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 일정을 잡느라 분주하다고 CNN방송 등 미 언론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각국 지도자마다 엑스(X·옛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올리고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 일정을 잡는 한편 취임식 이전에 직접 회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주미대사 등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각국 지도자들은 (트럼프타워가 있는) 뉴욕으로 가거나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는 것을 포함해서 모든 옵션에 열려있으며 상당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전에 회동 일정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트럼프 당선인과 각국 정상의 잠정적 회동에 대한 대강의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부연했다.
각국 지도자들이 염두에 두는 것이 바로 아베 전 총리의 4년 전 행보다. 한 치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아베 전 총리가 뉴욕행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동맹마저 거칠게 압박하던 트럼프를 사로잡아 자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에게 귓속말을 하던 아베 전 총리가 세계 지도자들에게 준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의 허영심을 건드리고 골프를 함께 치며 친구가 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 외국 외교관은 CNN방송에 "지도자들이 아베 전 총리가 뉴욕으로 날아가 황금색 골프클럽을 당선 선물로 건네며 구축한 모델을 따르고 있다"면서 통상적이고 직접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모델은 지도자들이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퇴임 이후에도 정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2022년 유세 도중 암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4년간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에 예측 불가의 개인적 성향을 뒤섞은 통치 스타일을 확실히 보여준 데다 집권 2기에는 이런 스타일이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각국 정상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도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조기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가능하면 내년 1월 20일 미 대통령 취임식 전에 만남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으로,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남미에서 펼쳐지는 다자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6일 참사관급 직원 2명과 마러라고로 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엔 뉴욕 트럼프타워에 인수위원회를 차렸는데 이번에는 마러라고가 정권 인수 작업의 거점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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