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또 낮췄지만…한은, 환율 불안에 28일 인하 불투명
한미 금리차 커지면 1,400원대 굳어질수도…한은총재 "환율, 고려요인으로 부각"
트럼프 재선에 美 인하 늦춰질 가능성도 변수…경기부진·물가안정은 인하 뒷받침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에 이어 0.25%포인트(p)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28일 미국과 보조를 맞춰 다시 금리를 낮출지 주목된다.
1%대로 안정된 물가와 0.1%에 그친 3분기 경제 성장률 충격 등이 연속 금리 인하의 명분일 수 있지만, 최근 1,400원대를 찍은 원/달러 환율 탓에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연준, 9월 빅컷 후 연속 인하…"인플레 여전히 다소 높아"
연준은 6∼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75∼5.0%에서 4.50∼4.75%로 0.25%p 낮췄다.
9월 19일 0.50%p 인하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뒤 두 차례 연속 금리 하향 조정이다.
연속 인하의 근거로는 물가 안정, 완전 고용 목표가 언급됐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트럼프 재선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기대대로 금리를 낮추자 대체로 환호하는 분위기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각 0.74%, 1.51% 올라 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 0.1% 성장률 충격·1%대 물가…"금리인하로 내수 살려야"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 컷(0.25%p 인하)을 결정하면서 한은으로서는 일단 '금리 격차' 측면에서 인하의 부담이 다소 줄었다.
한국(3.25%)과 미국(4.50∼4.75%)의 금리 차이가 1.75%p에서 1.50%p로 좁혀져서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수위가 조금이나마 낮아졌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내외 금리차보다 더 강한 인하 명분은 한은의 전망치(0.5%)를 크게 밑돈 3분기 성장률(0.1%)이다.
8개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이미 평균 2.5%에서 2.3%로 0.2%p 떨어졌고, 한은 역시 28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눈높이를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9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올해 성장률이 2.4%(한은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2.2∼2.3%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 등 일각에서는 경기 하강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가 흐름도 추가 금리 인하에 우호적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일 뿐 아니라,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중반,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둔화했는데, 이는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며 물가 관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 7개월만의 1,400원대 환율…28일 금리 낮추면 더 뛸 수도
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은 금리 인하의 큰 걸림돌이다.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6일 원/달러 환율은 1,404원까지 뛰며 약 7개월 만에 다시 1,400원대를 밟았고, 7일에도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고 1,400원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 전망과 함께 지난달 이후 계속 오르는 추세다.
관세 인상과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실행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면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기조적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치 하락)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3분기 성장률 충격과 함께 수출 둔화 등 한국 경제의 취약 부위가 드러나면서 원화 약세(가치 하락)를 부추겼다.
이처럼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으로 훌쩍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최근엔 1,400원대가 뉴노멀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도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 "트럼프 재선으로 美 인하 느려질 것"…한은도 통화완화 속도 조절 가능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환율 리스크(위험)와 성장 부진의 원인 등을 근거로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11월 한은은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 충격이 수출 부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당장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금통위가 지난달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이미 경기 하방 위험을 인지했을 텐데도 11월 추가 인하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메시지를 준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통화 완화 속도나 폭이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인하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싣고 있다.
김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의 확정적 재정정책이나 반(反)이민 기조 등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단기적으로 볼 때 선거가 우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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