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당장 추방"…반이민 물결 지구촌 뒤덮나

입력 2024-11-07 22:47
[트럼프 재집권] "당장 추방"…반이민 물결 지구촌 뒤덮나

트럼프 '반이민 성공 공식' 유럽 극우도 답습해 인기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를 사상 최대로 추방하겠다고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이민 정책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더 강력해질 트럼프 2기의 반이민 정책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전쟁·내전과 경제난으로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는 유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전례 없는 반이민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취임 첫날부터 남부 국경을 폐쇄하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하는 등 집권 1기보다 더욱 거친 수사로 반이민 정책을 부각해 보수 표심을 끌어모았다.

최근 한 유세에선 "취임 첫날 가장 먼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라며 "범죄자와 마약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으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멕시코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통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부 국경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불법 이민자가 대거 유입돼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대선 TV 토론에선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고 있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펼쳤다. 지난해 말에는 이민자를 '해충'으로 비유하고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실이 아닌 거짓이 섞이고 이민자 혐오를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 적지 않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불법 이민자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 대신 적어도 '해결책'을 제시한 트럼프를 선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을 추진하고 국경 순찰을 강화하는 등 국경 통제를 통한 불법 이민자 억제 정책을 펼쳤다.

그의 강경한 국경 정책은 유럽에서 유사한 정책을 도입하는 데 여론의 저지선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2022년 9월 총선에서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로 건너오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아프리카 쪽 해상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반이민 장벽을 쌓은 것과 흡사하다.

더 결정적인 것은 이민자 문제를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한 트럼프와 같이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기존 정당들에서 회피했던 불법 이민자 문제를 전면에 부각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이민자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지면서 유럽 유권자들은 '인류애'가 아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극우 정당의 반이민 메시지에 열광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성공 공식'을 따른 결과 유럽에는 전례 없는 극우 열풍이 불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집권한 국가는 이탈리아·핀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크로아티아·체코 총 6개국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극우 자유당의 주도로 연정이 꾸려졌고, 스웨덴의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의회 2당에 올랐다. 지난 9월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극우 자유당이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연방 정부 차원에서 반이민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미국과는 달리 EU는 다수의 국가가 참여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트럼프식의 극단적인 정책이 유럽 전반에 걸쳐 확산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유럽 내 극우 정당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사회적 담론을 바꾸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트럼프 집권 2기에서 더 강력해질 반이민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반이민 물결'이 유럽을 뒤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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