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검증대 서는 北…'적대세력 탓' 주장 반복할 듯
억류자·강제북송자 처우 및 취약계층 인권 문제, '3대 악법' 폐지 등 현안으로
북한군 러 파병도 다뤄질 가능성…北 대표단 보고서 통해 "인권 제도 완비" 주장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북한이 인권 문제를 놓고 유엔 회원국들의 검증을 받는 절차인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가 7일(현지시간) 오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에게 심의받는 제도다. 북한의 UPR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고 이번이 4번째다.
북한 대표단이 70분간 발언하고 140분에 걸쳐 사전에 발언을 신청한 회원국이 권고 발언을 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북한은 조철수 주제네바 대사를 대표단 수석대표로 등록했고, 리경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법제부장 등 평양에서 온 10여명이 대표단에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비롯한 10여개국이 사전 질의서를 냈고, 90여개국이 현장 발언을 신청했다. 한국은 현장 발언에도 참여한다.
이번 UPR에서는 국제사회가 우려해온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이 자유권과 생명권, 노동권, 건강권 등 세부 분야별로 논의된다.
우리 정부는 사전 질의에서 선교사 김정욱·최춘길·김국기씨 등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생사 확인을 요청하고 아동에 대한 과도한 형벌 부과를 방지하는 조치와 이산가족 상봉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또, 정치범 수용소 폐지를 위한 노력과 종교의 자유 및 식량권·건강권 보장, 여성·아동·장애인 등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조치,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서도 질의한 상태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올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간한 북한 강제노동 실태 관련 보고서 권고 이행 여부, 북한 내 여성·여아의 인신매매 및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해서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질의가 접수됐다.
탈북민 강제북송과 수용시설 내 고문·학대 문제, 1∼3차 UPR에서 권고된 국제 인권조약 가입·비준, 사형제 폐지 등도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2020년 이후 북한이 주민 통제 목적으로 제정한 이른바 '3대 악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은 지난 UPR 때는 없던 법률이어서 이날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도 인권 현안으로 다뤄질 수 있다. 핵 개발과 각종 무력 도발에 이어 파병까지 감행하는 북한의 군사주의적 노선 탓에 주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는 지적이 나올 개연성이 크다.
북한 대표단은 수검국으로서 진지한 태도를 보이기보다 주민이 처한 인권 현실을 부인하고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를 적대적 공세라며 맞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인권 증진의 장애물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미일 3국을 '적대세력'으로 지칭하며 이들의 군사적 위협과 고립 정책 등이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에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민의 자유권과 건강권, 생명권은 물론 표현의 자유까지도 충실히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완비해왔다는 입장을 보고서에 담았다.
이날 발언에 나서는 유엔 회원국들은 대체로 북한 인권 현실에 비판적인 질의를 이어가겠지만 최근 전방위적으로 밀착 관계를 강화한 러시아의 경우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UPR은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다룬 유엔의 COI 보고서가 발간된 지 10주년이 되는 시기에 열린다는 의미도 지닌다.
비록 권고사항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한계가 있지만 UPR은 그간 북한이 거부 의사 없이 응해온 국제적 인권 점검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일부라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계기가 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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