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美 정치권의 '코리안 파워'
한국계 정치인 선전…정치적 영향력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한인(韓人)들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이주한 날은 1903년 1월 13일이라고 한다. 이날 한인 121명이 갤릭호를 타고 망망대해를 거쳐 하와이 호놀룰루 섬에 도착했다. 이후 미국 내 한인들의 수는 크게 늘어 2022년 현재 205만명(혼혈 포함)을 넘어섰다. 이들은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실 DNA'를 바탕으로 이민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차별의 장벽을 뛰어넘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앤디 김(42·민주당)이 한국계 정치인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트럼프 제1기 시절인 2018년 연방 의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뉴저지 첫 아시아계 연방 하원의원'과 '한국계 미국인 첫 연방 상원의원'이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그는 "한미 관계가 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혁신 분야에서도 증진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순자'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한국계 메릴린 스트리클런드(61·민주)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영 김(61)·미셸 박 스틸(69)도 3선 연방 하원의원 당선이 유력하다. 캘리포니아 47선거구에 출마한 데이브 민(48·민주)도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120년이 넘는 한국인의 미국 이민사에서 새로운 장을 작성하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재미 한인들의 정치권 진입은 1993∼1999년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전 의원 이후 줄기차게 이뤄졌고, 상당한 성과도 일궈냈다. 실제로 한인 선출직 정치인 수는 2000년대 이후 급증했다. 연방 의회 내 한국계 보좌관 수도 70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한인 정치인들의 '비상'(飛翔)은 이민 1.5세대와 2세대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인 인구가 크게 늘면서 지역 사회에 목소리가 커지고, 정치에 대한 관심과 열망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국 중시'를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2기 시기를 맞아, 한미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오리무중'(五里霧中)' 형국이다. 북한 핵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부터 동맹관계 재조정, 경제·무역 정책까지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대한(對韓)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은 미국의 이익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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