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모형 적용 예외 허용 논란
일부 보험사 예외모형 적용 검토…업계 전반 파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금융당국이 7일 '실적부풀리기' 논란을 잠재울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핵심 쟁점인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산출 모형과 관련해 예외를 허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관해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보험계약마진(CSM) 등에 영향이 덜한 예외 모형이 적용되면 수익성 경쟁이 벌어져서 다들 예외 모형을 선택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금융당국,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예외 적용 허용 왜?
금융당국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 납입중 해지율 산출시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 모형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보험사의 특별한 사정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선형-로그 모형이나 로그-로그 모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예외 모형을 선택하려면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 원칙 모형과 CSM, 최선추정부채 지급여력비율(K-ICS), 당기순이익 차이를 상세하게 공시하고, 금융감독원에 두 모형 적용시 차이를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예외 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현장점검을 하고, 계리법인에 관해서도 감리 근거를 신설해 외부검증의 적정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예외 모형을 선택한 회사를 최대수준으로 주시하겠다는 의미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기간 중 해지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서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보다 10∼40% 저렴한 상품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보험사 신계약의 63.8%를 차지할 정도로 각 보험사의 주력상품으로 부상했다.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상품과 관련해서 해지가 많을 것으로 가정해서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만약 보험사들의 예상과 달리 중도 해지가 많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입자에게 돌려줄 보험금 재원이 부족해지며 재무 위험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장기요양보험 해지율 예측 오류로 대규모 손실이 나서 감독당국 용인 하에 보험기간 중에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사태가 있었다. 그로 인해 다수의 고령 계약자가 피해를 입었다.
캐나다에서는 무해지 100세 정기보험, 유니버설 보험 상품의 해지율을 1∼4%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1∼2%에 그쳤고 10년차 이후로는 0.5%로 집계되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파산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리가정을 보험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추정한다는 IFRS17의 취지상 회사별 자율성이 있는데,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단 하나의 원칙모형만 제시하기보다는 개별회사별로 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원칙모형이 90%에 가깝게 우월하기는 하지만, 통계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100% 우월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일부 보험사 예외 모형 적용 검토중…"업계 전반 확산 가능성"
금융당국이 예외 모형 적용을 허용하자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계리법인에 접촉해 선형-로그모형 등 예외 모형 적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예외 모형은 원칙 모형에 비해 해지율이 덜 엄격하게 적용된다. 즉, 보험사들이 원칙 모형에 비해선 중도 해지가 많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 신계약 중 무·저해지 상품 비중은 2018년에는 11.4%에 불과했지만, 2021년 30.4%, 2023년 47.0%, 올해 상반기 63.8%로 급상승했다.
특히 일부 보험사들은 무·저해지 상품 판매 비중이 극도로 높아 원칙 모형 적용시 충격으로 K-ICS 비율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감시를 감수하고라도 상대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덜한 예외 모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1∼2개사가 예외 모형을 선택한다면 수익성 경쟁을 해야 하는 다른 회사들도 예외 모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예외 모형이 단일 모형이 되면서 출혈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예외 모형을 적용할 경우 원칙 모형 대비 상품 가격이 10% 이상 차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과 관련, 원칙 모형이나 예외 모형을 적용해도 CSM은 다 줄어들며, K-ICS 떨어지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 "예외 모형을 적용하더라도 보험사별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별로 신중한 재무적 검토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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