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멕시코 페소 '죽상'…2016년 화폐가치 급락 재현되나 우려
8년 전에도 트럼프 당선 직후 약세 이어져…'미→멕 송금'은 급증 가능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귀결된 미국 대선 이후 '이웃' 멕시코의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가 급락(환율 상승)했다.
8년 전 트럼프 첫 당선 이후 나타난 약세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6일(현지시간)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방시코) 공식 데이터를 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 기준 1달러당 페소(페소/달러) 환율은 20.26페소로, 전날에 비해 1% 가까이 올랐다. 달러 대비 페소화의 가치가 그만큼 내려갔다는 뜻이다.
앞서 전날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환율은 20.8038페소까지 3% 이상 올랐는데, 이는 6월 자국 대선 이후 사법개혁 및 투자환경 위축 우려로 잠시 흔들린 이래 가장 큰 변동이었다.
시중 은행인 시티바나멕스 지점 창구에서 거래되는 소매 달러 환율은 21.13페소로, 전날 종가보다 2.87% 올랐다. 2022년 8월 2일에 기록한 21.28페소 이후 2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멕시코 페소화는 2016년 미 대선 이후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가치 폭락을 경험한 적 있다. 이때 역시 당선인은 트럼프였다.
8년 전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과 이민자 통제를 위한 국경장벽 설치를 공약했는데, 이는 대외 무역에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멕시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특히 당시에도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이에 포드 등 일부 업체가 멕시코 공장 이전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악재가 겹치는 통에 2016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17% 가까이 떨어졌다.
이와 유사한 트럼프 당선인의 '반(反)멕시코' 발언이 최근에도 이어진 것을 고려할 때, 올해 미국 대선 이후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의 약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라고 엘에코노미스타를 비롯한 현지 일간은 전했다.
반면에 8년 전 상황을 복기해 보면 미국에 대한 멕시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돼 멕시코의 대미(對美) 수출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멕시코에 있는 가족 등에게 보내는 송금 수요 역시 단기간 폭증할 수 있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로의 송금액에 세금을 원천징수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국경장벽 건설 계획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놨고, 멕시코 이주민들은 이에 대한 우려로 2016년 11월 한 달에만 24억 달러를 멕시코로 보냈다.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어난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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