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수몰' 日해저탄광 유골 발굴 가능…日정부 나서야"
日시민단체 기자회견 "내년 1월 사흘간 추가 잠수 조사"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지난달 잠수사 조사로 유골 회수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일본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모임)의 이노우에 요코 공동대표는 11일 도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점기 수몰사고로 조선인 136명이 목숨을 잃은 조세이 탄광 관련 유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촉구했다.
모임과 조세이 탄광 유족들은 일본 정부가 유골 발굴 조사를 거부하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천200만엔(약 1억1천만원)을 마련해 지난 9월 직접 조사에 나서 야마구치현 해저 탄광인 조세이 탄광의 갱도 입구(갱구)를 찾아냈다. 이어 지난달 29∼30일 직접 잠수사를 동원해 조사를 벌였다.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183명이 숨진 참사 이후 82년 만에 시민단체 주도로 이뤄진 첫 조사였다.
모임에 따르면 잠수사는 지난달 30일 흙탕물로 가득 찬 폭 2.2m, 높이 1.6m의 탄광 갱구를 통해 약 180∼200m까지 전진해 조사를 벌였다.
갱도 안 시계는 불과 10∼20㎝에 불과했으며 금속과 나무 등이 떨어져 있었으나 유골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노우에 대표는 "토사가 쌓여 갱도 내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준비하면 더 잠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200m 정도까지 갔지만 갱도 가장 깊은 곳까지 100m만 더 가면 그곳에 유골이 있을 가능성이 특히 높다"고 말했다.
모임은 내년 1월 말부터 사흘간 추가 잠수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노우에 대표는 유골 발굴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다시 한번 촉구했다.
그는 "후생노동상(장관)은 직접 현지를 찾아서 시민들이 하는 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시민단체와 함께 과제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해저 갱도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며 "국가에 의한 조사 실시나 민간 조사에 대한 협력을 현시점에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기존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회민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대표와 오쓰바키 유코 참의원(상원) 의원, 수몰 사고로 숨진 조선인의 재일교포 증손녀가 함께했다.
조세이 탄광 참사는 1942년 2월 3일 야마구치현 우베시 해안에서 약 1㎞ 떨어진 해저 지하 갱도에서 발생했다. 갱도 누수로 시작된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모두 18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희생자 수습과 사고 경위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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