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5억 아파트 디딤돌대출, 내달부터 5천만원 줄어든다(종합)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도 제한…국토부, 디딤돌대출 관리 방안 발표
'오락가락' 비판에…정부, 한 달 유예기간 두고 시행
지방·비아파트·신생아 대출은 제외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다음 달 2일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디딤돌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주택구입용 정책대출인 디딤돌대출 한도를 급작스럽게 줄이려다 실수요자 반발과 혼선이 이어지자, 정부는 한도 축소 대상을 좁히되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6일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정책대출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천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연 2∼3%대 금리로 최대 2억5천만원까지 빌려주는 대표적 서민 정책금융 상품이다. 연 소득 8천500만원 이하 신혼부부가 6억원 이하 집을 살 때는 4억원까지 대출해준다.
이번 관리 방안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방 공제' 면제와 새 아파트 입주자들이 활용하는 잔금대출(후취담보대출)이 중단된다.
지방 아파트, 전국의 빌라 등 비(非)아파트는 기존 요건 그대로 대출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실수요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주택시장 상황이 지역별, 주택 유형별로 다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방 공제' 면제는 소액임차인에 보장해야 하는 최우선변제금을 빼고 대출금을 내줘야 함에도 주택금융공사 보증에 가입할 경우 대출금에 포함해주는 것을 뜻한다.
최우선변제금은 서울 5천500만원,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 과밀억제권역이 4천800만원이기에 '방 공제' 면제가 없다면 수도권 아파트의 디딤돌대출 가능액은 5천만원가량 줄어든다.
경기도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지금은 디딤돌대출 가능액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한 3억5천만원이다. 그러나 다음 달 2일 신규 대출분부터는 3억5천만원에서 최우선변제금 4천800만원을 뺀 3억200만원으로 축소된다.
다음 달 1일까지는 매매계약을 맺어야 방 공제 적용 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 세입자의 임차계약이 남아있어 즉시 입주가 곤란하다면 잔금일이 내년 상반기까지인 경우에 한해 방 공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연 소득 4천만원 이하 가구가 3억원 이하의 저가주택을 구입할 때는 방 공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대출도 한도 축소 제외 대상이다.
디딤돌대출을 활용한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 잔금대출은 내년 하반기부터 막힌다.
준공 전 아파트처럼 담보를 잡기 어려울 때 은행이 돈부터 먼저 빌려준 뒤 주택이 완공돼 소유권 설정이 되면 담보로 바꿔주는 '후취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데 따른 것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 공고가 다음 달 1일까지 이뤄지고, 공고문상 입주 예정 월이 내년 6월 이내라면 후취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때도 방 공제는 적용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LTV 80%를 그대로 두되, '방 공제' 면제와 후취담보대출은 해주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정책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은 디딤돌대출 규모가 급증하며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집행된 디딤돌대출은 22조2천50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조1천196억원)의 3배 가까이 늘었다.
디딤돌대출은 5억∼6억원 이하 집을 살 때 받을 수 있는 서민층 대출이지만, 대출받은 사람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 집을 사면 이 집을 판 사람이 돈을 보태 이른바 '상급지'로 갈아타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서울 인기지역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정책대출을 관리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국토부가 충분한 사전 예고로 대출 수요자들이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아 혼란을 불러온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한정된 재원 안에서 디딤돌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며, 앞으로 실수요자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예측 가능한 맞춤형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조치로 내년 대출액이 3조원, 축소 조치가 온전하게 시행되는 내후년부터는 5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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