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립학교 학비 20% 과세에 줄소송…"중산층 더 부담"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사립학교 학비에 20% 부가가치세를 매기기로 하자 잇달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예산안에는 공립학교 재정 지원을 위해 내년 1월부터 사립학교 학비에 20%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에는 사립학교 2천500개가 있으며 잉글랜드 기준으로 전체 학생의 7%인 57만명이 사립학교에 다닌다. 이튼, 해로 등 명문 사학의 연간 학비는 5만파운드(8천900만원)에 달하고 전국 평균은 1만5천파운드(약 2천700만원)다.
정부의 증세안 대로라면 사립학교 학비는 평균 연간 3천파운드(약 535만원) 높아진다.
부가가치세 과세는 노동당이 7월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부자 증세' 정책의 하나지만 일각에선 명문 사학이나 부유층보다는 중소 학교와 중산층 학부모, 특수 상황의 가정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1천400개 사립학교가 소속된 사립학교협의회(ISC)는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어 정부 방침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특히 소규모 종교 학교, 특수 학교, 예술 학교 학생의 교육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유럽인권협약(ECHR)과 영국 인권법 위반에 소송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립학교에 세 자녀를 보내는 익명의 50대 여성이 '싱글맘의 자녀에 대한 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변호사가 밝혔다.
이 여성은 자폐증 자녀 2명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받고 나머지 1명은 연 1만4천파운드(2천500만원)를 낸다. 그는 "형제들을 돌보는 일에서 숨 쉴 틈을 주기 위해 사립학교에 보낸다"고 했다.
그는 "내겐 '내가 아이를 돌볼 테니 부업을 구해보라'고 말해줄 파트너가 없다"며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수입이 적고 육아 부담은 더 크다. 나는 차별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는 공립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은 뒤 사립학교로 전학 간 자폐증 아동의 40대 어머니가 부가가치세 부과에 대한 소송 계획을 밝혔다. 잉글랜드의 3개 기독교계 학교도 지난달 소송 계획을 발표했다.
재무부는 잠재적인 소송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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