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무역장벽 먹구름 덮친 국내 증시…"기댈 언덕은 경기확장"
미국 보호무역 기조에 수출의존도 높은 우리나라 경제 타격 우려
"美 집권당 아닌 글로벌 경기가 중요…코스피 내년 상승" 반론도
에너지·금융 외 방산·AI株 주목…전기차·이차전지 하락 예상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미국 대선에서 보편 관세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사실상 승리하면서 단기적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증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경기와 통화정책이 우호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시가 내년엔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희망도 없지 않다.
역대 공화당 집권기 코스피 수익률이 민주당 집권기보다 높았다는 분석 결과도 눈길을 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기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와 규제 완화, 보편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자국 중심주의를 정책 기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고율 관세를 도입하고 주요국이 보복 관세를 미국에 부과함으로써 국제 무역 장벽이 높아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증시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무역분쟁이 격화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 역시 중국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대거 공급하는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주력 제품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펼친 정책이 폐지되고 통상 압박이 강해지면 국내 기업과 수출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특히 중국의 대미 수출 둔화에 따른 간접적 효과도 한국의 수출과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증시 흐름을 전망하려면 정치적 변수보다 경기 사이클과 통화정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바이든 행정부 시절 코스피는 미국 집권 정당과는 무관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와 거의 일치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또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경기확장과 금리인하 사이클이 겹친 2020년 코스피 수익률이 30.8%로 가장 높았고, 경기위축과 금리인상이 맞물린 2018년 수익률이 -17.3%로 가장 낮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경기확장과 통화완화 시기에 상승했고 경기위축과 통화긴축 시기에 하락했다"며 "내년엔 느린 경기확장과 통화완화 조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적 정치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증시가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이야기다.
1990년 이후 미 집권 정당별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공화당이 13.3%로, 5.6%에 그친 민주당보다 높았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세 인하를 기조로 하는 공화당 경제 정책이 기본적으로 시클리컬(경기민감)한 코스피 기업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은 전통 에너지, 금융, 제약 등을 꼽는 의견이 많다.
다만, 단순히 공약과 정책이 아니라 매크로(거시경제)와 업황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금융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하락으로 인해 금융 종목은 크게 부진했고,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친환경 정책에도 불구하고 탈세계화 흐름 탓에 관련 업종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군비 경쟁이 뜨거워지는 방산, 인공지능(AI) 산업과 동반 성장할 빅테크와 원전 등이 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관세의 영향이 큰 수출 종목,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가 예상되는 전기차 등은 눈높이 하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IT하드웨어, 이차전지 등 업종은 성급하게 낙폭 과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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